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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삼성생명의 반격…"약관 빌미로 보험 계약자가 더 받아내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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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재판부 앞서 프레젠테이션

"약관 해석하면 일정액 공제 인지 가능

원고, 약관 어떻든 더 달라는 것"

소비자단체 "물타기" 반박

이데일리

[그래픽=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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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이번 사건은 일부 약관 조항을 빌미로 보험 계약자들 일부가 횡재하려는 것입니다.”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5층 소법정에서 열린 삼성생명 보험금 청구 소송의 두 번째 재판에서 삼성 측 변호인인 이효제 김앤장 변호사가 포문을 열었다. 국내 1위 생명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보험 가입자에 분쟁에 휘말린 즉시연금 소송에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이번 소송은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 56명이 집단으로 제기했다. 민간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이 공동 원고단을 모집해 단체로 소송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보험 상품의 약관에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계약자에게 덜 준 보험금 5억2149만원을 돌려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지난 4월 첫 심리 때는 재판장인 이동욱 부장판사(민사25부)마저 “일차적으로 피고(삼성생명)가 약관을 정할 때 잘못한 것 같군요”라고 지적할 정도로 삼성 측에 불리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삼성생명 변호를 맡은 대형 로펌 김앤장 변호팀도 본격적인 반론에 나섰다. 이효제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 앞에서 직접 한 시간가량 프리젠테이션(PT)을 했다. 준비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원고인 보험 계약자 주장을 반박했다.

◇김앤장 변호팀, 삼성생명 변론 PT 나서

이데일리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한 즉시연금 소송의 두 번째 재판이 열렸다. (사진=박종오 기자)


이동욱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쟁점은 (만기 환급금 지급 재원의) 일부 적립 방식을 계약자에게 명시·설명했느냐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문제가 된 즉시연금(상속 만기형)은 처음 가입할 때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매달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때는 처음 납부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보험료 1억원을 일시불로 내면 다달이 이자를 연금처럼 받다가 만기 때 1억원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다.

삼성생명은 이 1억원을 돌려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지급하는 이자에서 일정 적립액을 뗐다. 그러나 이런 공제를 한다는 내용을 보험 약관 서류에 명확하게 쓰지 않았으니 그동안 부당하게 떼간 보험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것이 계약자가 소송을 제기한 이유다.

이 변호사는 “약관의 여러 조항을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매달 일정액을 공제하고 이자를 지급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다”며 “계약자들은 본인들이 확인하고 동의한 연금액보다도 더 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즉시연금은 종신형, 상속 만기형 등 상품 유형별로 중간에 연금을 많이 받느냐 나중에 목돈을 받느냐만 다를 뿐 상식적으로 보험금 총 지급액을 넘어선 금액을 지급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는 보험금을 다 지급했지만 원고 얘기는 약관이 어떻든 무조건 더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소송을 제기한 계약자에게 ‘탐욕에 의한 무리한 요구’라는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실제로 이 변호사는 “즉시연금은 40세가 넘고 목돈을 10년 이상 묶어도 되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며 “원고 중 1명은 즉시연금 상품을 10건 이상 계약해 보험 가입액이 430억원을 넘을 만큼 거액을 예치하는 등 금융 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풍부하다”고도 했다. 금융을 잘 아는 부자들이 돈을 더 받겠다고 나선 것이 이번 소송의 근본이라는 주장이다.

◇삼성 “계약자 탐욕” VS 소비자단체 “본질 흐리기”

하지만 소비자 단체 측은 이런 김앤장 변호팀의 주장이 ‘물타기’라고 반박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약관 문제를 비껴가면서 소송의 쟁점을 흐린 것”이라고 말했다. 계약자들은 즉시연금 상품 약관의 이자 지급액 설명 부분에 보험사가 일정액을 다달이 공제한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삼성 측은 이를 일부러 피해갔다는 것이다. 연맹 측 변론을 맡은 신동선 변호사도 “당초 재판부 요청에 따라 김앤장 변호팀이 프리젠테이션하기로 했던 것은 연금 계산식이었는데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고 했다.

3차 심리는 오는 8월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다시 열기로 했다. 신 변호사는 “심리를 두 번만 더해도 올해가 넘어간다”며 이번 소송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삼성생명 등 즉시연금을 판매한 보험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은 계속 확산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소비자연맹 소송과 별개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판매한 즉시연금 상품 계약자 각 1명을 대상으로 소송 지원에 돌입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만간 첫 심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 산하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앞서 지난해 삼성생명을 포함한 21개 생명 보험사에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달 공제한 즉시연금 과소 지급액을 계약자에게 일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금감원이 추정한 즉시연금 추가 지급액은 모두 7750억원으로 이중 삼성생명 부담액이 54.2%(42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법원 판결을 받아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금감원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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