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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82년생 김지영의 삶, 佛여성과 꼭 닮았다고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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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서도 여자가 뭔가 이루려면 희생 필요
김지영 ‘보통 여자’로 상정해 더욱 공감”
서울신문

클레르 도 세호 프랑스 출판사 ‘닐’ 편집장


“저도 80년대에 태어난 여성이라 ‘82년생 김지영’에 매우 공감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동시대 프랑스 여성과 한국 여성의 삶이 마치 거울 같다고 느꼈어요.”

프랑스 출판사 ‘닐’의 클레르 도 세호(34) 편집장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프랑스 출간을 이끌었다. 프랑스어판 ‘82년생 김지영’은 번역 작업을 거쳐 내년 초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해외문화홍보원, 한국문학번역원 주최로 지난 18일 개막한 ‘2019 한국문학 쇼케이스’ 참석차 방한한 세호 편집장을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프리미어코엑스센터에서 만났다.

출판사 ‘닐’은 프랑스 대표 출판사 ‘로베르 라퐁’의 임프린트로 문학, 인문 분야의 책을 주로 출간해왔다. ‘82년생 김지영’은 페미니즘 담론을 주도하는 소설을 번역 출간해 온 세호 편집장의 눈에 쏙 들어온 책이다. 그는 “여자가 뭔가를 이루려면 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라며 “아무리 남편이 여성을 잘 이해한다고 해도 여자가 느끼는 육아 부담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82년생 김지영’이 국경을 넘어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는 이유에 관해 “페미니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빈자와 부자, 인종에 따라 그 상황이 다르다”면서 “‘82년생 김지영’은 보통 여자를 상정하고 썼기 때문에 공감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가부장제하에서 억압에 시달리던 ‘김지영’이 갑자기 자신의 친정 엄마, 언니 등으로 빙의되는 장면이다. 그는 이를 “자신의 생각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미쳐가는 모습으로 그려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문학의 매력을 묻는 질문에는 “배경과 설정이 흥미롭다”고 답했다. 그는 ‘김지영’과 함께 한국 소설 최초 맨부커상 수상작인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다. “‘채식주의자’ 같은 경우는 생동감이 있으면서도 잔혹해서 상반되는 부분이 매력적입니다. 반면 ‘82년생 김지영’은 소설 자체가 사진을 찍어 놓은 것처럼 사실적이에요.” 그는 “전날 쇼케이스 낭독회 세션에서 만난 작가들 4명 중 3명이 여성이었다”며 “한국에서도 여성 작가 강세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프랑스 여성이 ‘자유의 상징’처럼 여겨진다는 의견에 관해 세호 편집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프랑스 여성이 세계적으로 굉장히 파워풀하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사회적 배경을 모르고서 하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비쳐진 여성이 있었다면, 그는 절대 가난하지 않았을 거예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던 그가 심각해졌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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