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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끈 '동남권 신공항' 돌고 돌아... 이번엔 “총리실서 재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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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장관, 부울경 지자체장 면담… 김해신공항 강행 접고 의견 수용
한국일보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사들과 동남권 신공항 관련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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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을 끌어온 ‘동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가 이번엔 국무총리의 판단에 다시 맡겨졌다. 2016년 정부가 확정한 김해신공항 추진 방침을 고수해 온 국토교통부가 부산ㆍ울산ㆍ경남 지방자치단체장과의 면담에서 기존 입장을 접고 시도지사가 주장하는 “총리실 재검증”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한 번 확정한 국책사업을 다시 검토하는 데 따른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신뢰에 금이 가는 건 물론, 사업 자체가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거돈 부산시장, 송철호 울산시장,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0일 국토부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회동을 갖고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고, 검토 결과에 따르기로 한다”는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검토 시기, 방법 등 세부사항은 총리실 주재로 국토부와 부ㆍ울ㆍ경이 함께 정하기로 했다. 그간 부ㆍ울ㆍ경 지자체는 동남권 신공항 부지로 가덕도가 적합하다고 주장한 반면,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강행 입장을 고수하며 대치해왔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토 지시로 시작된 동남권 신공항 논란은 선거와 정권마다 되풀이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부산이 가덕도를, 대구ㆍ경북이 경남 밀양을 내세우며 지역 갈등으로 확산됐다. 고심 끝에 정부는 2016년 6월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넣는 김해공항 확장안, 즉 김해신공항 안을 발표했다. 공정성을 위해 외국 기관(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ㆍADPi)의 연구용역도 거쳤다. 국토부는 당초 올해 상반기 중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확정ㆍ고시하고 2026년 사업완료를 계획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현재의 부ㆍ울ㆍ경 지자체장이 당선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들은 작년 10월부터 자체 검증단을 꾸려, 김해신공항 안이 소음ㆍ안전 문제, 경제ㆍ확장성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거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국토부는 이에 “부ㆍ울ㆍ경 검증단이 일방적으로 자체 검토결과를 발표해 혼란을 주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입지를 변경하면 대구ㆍ경북권의 반발이 크고, 자칫 신공항 건설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고 맞섰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부산을 방문해 “광역단체의 생각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해야 한다”고 언급했고, 부ㆍ울ㆍ경 검증단은 지난달 국무총리실에 최종 판단을 요청했다.

국토부와 부ㆍ울ㆍ경 지사들은 다만 이날 합의가 김해신공항의 원점 재검토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국토부의 입장과 부ㆍ울ㆍ경 검증단의 문제 제기 내용이 있다”며 “총리실이 여러 논란을 정리하고 종지부를 찍을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총리실의 재검증 과정에서도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항공전문가는 “이미 19억원이나 들여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용역을 받았는데, 더 전문성이 있는 검증단을 꾸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김해신공항 사업 철회가 결정되면 원점에서 신공항 입지 결정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가덕도, 밀양의 경제성이 모두 인정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부ㆍ울ㆍ경의 바람처럼 가덕도 신공항 추진으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대구ㆍ경북 지역의 반발도 예상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총리실로 넘겼다는 것 자체가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인데, 정치적 이유로 객관적 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책사업을 뒤집게 되면 두고두고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은 물론, 공항 건설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후대가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