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산고 재지정평가 탈락에 한국교총 "즉각 철회" 전교조는 "특권학교 폐지" 주장
서울 22개 자율형사립고 학부모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재지정 방침에 반대하며 서울 중구 정동에서 집회를 한 뒤 서울시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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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명문고·특목고 가려고 중학교 1학년부터 입시전쟁에 내몰리고 선행에 쫓기고… 마치 '사설 기숙학원'처럼 운영되는 학교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나요? 우수한 학생들이 다 빠져나가니 갈수록 일반고 분위기는 더 나빠지고…"(자사고 폐지 찬성 학부모)
"왜 외고·자사고만 문제 삼나요? 이미 과학고·영재학교 입시는 더 기형적으로 변질되고 있는데요? 정부와 교육감이 평준화 교육을 앞세워 제각각 특색 있게, 멀쩡히 잘 운영되던 학교를 '이념 논리'로 쥐락펴락 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자사고 폐지 반대 학부모)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이 각각 상산고와 안산동산고에 대해 자사고 지정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전국 자사고들의 퇴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정권마다 뒤바뀌는 교육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이념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자사고 폐지, 즉 일반고로의 전환은 문재인 정부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공통으로 내건 공약이다. 이들은 현 고교 체계가 학교간 서열을 강화하고, 자사고가 우수 학생들을 독차지해 일반고를 황폐화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펴며 일반고 정상화와 함께 '평등(평준화)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교육청이 상산고와 같은 일부 학교에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적용, 자사고를 마치 없어져야 할 적폐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우수한 학생들을 더욱 창의적인 미래 인재로 육성할 수 있는 수월성 교육을 포기하고,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평준화' 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계의 입장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국교총은 이번 상산고에 대한 재지정평가가 애초부터 지정 취소를 위한 수순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일방적인 재지정 기준, 평가지표 변경에 따른 불공정한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교육부를 향해서도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선 안 된다"고 요구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자사고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절차를 따랐다면 자사고 재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는 "자사고는 고교서열화 체제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의 문제로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며 "특권학교는 폐지되는 게 맞다"고 했다.
서울교사노조는 아직 평가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서울교육청을 향해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를 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 교육청이 과감하게 기준 미달교 모두를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단체는 "자사고가 우리나라 공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제도인지 숙고하고, 정말 필요하다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자사고의 목적과 지위,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고교교육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일방적인 자사고 압박 정책을 펼치면서 오히려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당장 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갑자기 일반고가 살아나고 사교육이 줄어들진 않는다"면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두루 듣고, 정책이 가져올 변화나 영향까지 고려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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