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심방이 폐색술 받은
심방세동 환자 96명
뇌졸중 발생률 약 19% ↓
[병원리포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김중선 교수팀
혈액의 흐름이 불안정한 심방세동 환자는 혈전이 잘 생겨 합병증으로 뇌졸중이 발병할 위험이 커진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희남·김중선 교수팀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을 예방하는 ‘좌심방이 폐색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건 달성했다고 밝혔다.
심장에는 ‘좌심방이(Left Atrial Appendage)’라는 작은 공간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기 때문에 좌심방이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심방세동 환자는 좌심방이에 혈액이 정체될 때가 많다. 좌심방이에 혈액이 정체되면 팽이처럼 강하게 소용돌이치는 와류가 발생해 피떡(혈전)이 만들어진다. 이 피떡이 혈관을 타고 돌아다니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발생한다.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혈전의 90% 이상은 좌심방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졸중 발병의 30% 이상은 심방세동이 원인이다.
뇌졸중 발병·합병증 위험 크게 낮춰
심방세동 환자에게 심장의 빈 곳인 좌심방이를 메워 뇌졸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는 치료가 ‘좌심방이 폐색술’이다. 좌심방이로 혈액이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환자의 허벅지 혈관에 특수 카테터를 넣어 좌심방이에 특수 폐색 기구를 넣은 뒤 빈 곳을 메운다.
좌심방이 폐색술의 뇌졸중 예방 효과는 연구로도 밝혀졌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2010~2015년까지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은 96명의 환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폐색술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생률이 약 19% 줄었다.
기존에도 심방세동 환자는 항응고제 복용을 통해 피를 묽게 하는 방법으로 뇌졸중을 예방했다. 좌심방이 폐색술은 이런 약물치료보다 더 적극적으로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국내 다기관 연구에서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이 발생해도 기존 항응고제(와파린)를 복용하던 환자보다 손상 부위와 여러 합병증 발병 위험이 훨씬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유럽심장학회에서도 같은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유럽과 국내 다기관 협동 연구를 통해 새로운 항응고제인 ‘노악(NOAC)’ 복용자와 비교해도 좌심방이 폐색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발생 시 신경 장애 동반율이 현저히 낮았다. 시술을 받은 심방세동 환자는 뇌졸중 발병에 따른 치료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등 의료 선진국에서 시술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박희남 교수는 “환자의 93%가 시술 2개월 후에는 항응고제 복용을 중단한다”며 “혈관 출혈 위험도가 높아 항응고제를 복용하기 어렵거나 항응고제를 복용했는데도 뇌졸중 예방에 실패한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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