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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트위터, 한국의 여성 인권담론에 책임 있는 역할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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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코리아 윤채은 정책실장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게시물 삭제 요청권 부여

정부와 소통업무 전담 통해 과거보다 의사결정 속도 빨라져

수사·법률·의료 지원 협업…성범죄 예방 위한 교육도 진행

경향신문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정책실장이 25일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에 있는 트위터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며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트위터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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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가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유해 게시물 삭제를 우선적으로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피해자 지원센터는 당사자 동의 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 또는 유포하거나 이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 사이버 공간상에서 벌어지는 성적 괴롭힘 등에 대응하는 기관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특정 국가의 정책 집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윤채은 트위터코리아 정책실장(36)은 2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트위터의 플랫폼 특성을 악용한 유해 게시물 게재 문제를 인지하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면서 “지난달부터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삭제 요청 우선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특정 게시물의 삭제를 요청하면 다른 기관이나 사람이 신청한 것보다 먼저 검토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려주는 패스트트랙이 마련된 셈이다.

트위터는 성폭력 콘텐츠를 제작하는 가해자 처벌을 돕기 위해 다른 정부기관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윤 실장은 “트위터는 개인정보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범죄에 대해서는 경찰과 검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계정정보 요청에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실장은 작년 4월부터 정부와의 소통 업무를 담당하는 정책실을 이끌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나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에서 국내 이슈를 처리해오다 본사에서 트위터코리아에 정책실을 신설해 윤 실장에게 현안에 대한 판단 권한을 부여하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트위터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인터넷상의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미디어 교육’도 진행 중이다. 윤 실장은 “온라인 플랫폼이 사라지면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질까.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비동의 음란물’을 온라인에 올리고 공유하는 게 범죄이고 불법행위는 처벌받는다는 것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트위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10만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했다. 향후 국내에서도 대학생 대상의 소규모 특강과 교육 프로그램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사회 분야 키워드는 스쿨미투 운동이었다. 4·27 남북정상회담이나 6·13 지방선거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던 것이다. 그 여파로 스쿨미투 운동은 오는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본심의 의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윤 실장은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이 보장되는 플랫폼”이라면서 “여성들이 쉽게 말할 수 없던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합리한 상황들을 트위터에서 익명 혹은 가명으로 공론화할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성을 이용해 범죄나 가짜뉴스, 여론조작이 확산된다는 반론도 있다. 윤 실장은 “모든 사람에게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보니 반대급부로 악플이 달리거나 유해 콘텐츠가 확산될 수 있다”면서 “2017년부터 ‘헬스(플랫폼 건전성 강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그 일환으로 머신러닝 스타트업 ‘파뷸라 AI’를 인수하는 등 유해 콘텐츠를 생산하는 봇 계정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 실장은 트위터 입사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국가인권위원회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트위터는 사기업이지만 가지고 있는 공적 영향력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인권에 대한 담론이 커지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본사의 이해를 도와 사업자로서 그에 걸맞은 책임을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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