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 시각)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과 마이크론을 포함한 미국 반도체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거래 제한 조치에도 미국 밖에서 생산된 제품을 화웨이에 공급해왔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국가안보 우려로 거래제한 명단에 올린 조치에서 ‘화웨이에 미국산 제품 공급을 금지한다’는 조항의 빈틈을 이용한 것이다.
중국 베이징 소재 화웨이 매장 앞을 행인들이 지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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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미 상무부의 거래 제한 조치 이후 일단 거래를 중단했다가 이 같은 방식으로 거래를 재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업실적 발표회에서 "지난달 상무부의 조치에 따라 화웨이에 제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이후 법률 자문을 거쳐 합법적으로 일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2주 전부터 판매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 관리 출신이자 로펌 에이킨 검프의 파트너인 케빈 울프는 미국 반도체기업들에게 미국 밖에서 제조된 상품이나 서비스는 화웨이에 계속해서 공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기술적 오류 지원이나 제품 설명에 관한 서비스를 미국 안에서 지원하는 반도체기업은 해외에서 생산한 반도체라도 화웨이에 공급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런 거래가 재개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다만, 관리들 사이에서 미 기업들이 조치를 우회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한 데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법의 취지를 위반하고 화웨이를 압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거래 제한 조치가 미 반도체기업에 미치는 손실을 최소화 한다는 입장도 있다. 미 반도체기업은 화웨이에 연간 110억달러(약 12조7000억원) 규모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NYT는 "미 반도체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화웨이가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계속해서 판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만 "화웨이처럼 국가 안보위협으로 간주하는 기업을 단속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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