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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노리개'가 된 야생동물..."동물카페는 사라져야 할 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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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사고파는 ‘상품’이다. 전통시장과 펫숍에서 거래되던 동물들은 온라인에서도 유통된다. 상품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간접적으로 상품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동물을 만지고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체험형 동물카페’들이다. 개와 고양이에 그쳤던 카페 내 동물은 라쿤과 왈라비, 북극여우 등 야생동물을 아우른다. 이들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방문객들에게 ‘만짐’을 당하기 위해 살아간다. 이들에게 허용된 공간은 비좁은 아크릴 케이지가 전부다.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차에 실려 옮겨다니는 동물들도 있다. 이른바 이동 동물원 소속 동물들이다. 염소와 양, 뱀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각종 행사장을 전전하며 ‘만져짐’ 서비스를 한다. 이동 동물원 소속 동물들의 사육시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예방접종과 질병 감염 여부도 알 수 없다. 누구든 사업자 등록만 하면 동물을 이용해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구조다.

동물복지를 위한 제도 개선 연구를 하고 있는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40)를 만났다. 인터뷰는 6월 24일 강남구 신사동 어웨어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경향신문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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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산업 성장세가 가파르다.

“사실 시장의 추세와 산업의 흐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당장 이 시간에도 동물들은 버려지고 동물권은 외면받고 있다. 반려동물 붐이 지속되면서 많이 기르는 것은 사실이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만큼 유기되는 동물 수도 많다. ‘기르고 싶다’는 욕구에 비해 동물을 존중하고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유기 동물 입양 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동물을 번식시켜 생산해 판매하고 손쉽게 사들인다. 동물은 상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버리고 교환한다. 동물에게 ‘해도 되는 것’과 ‘하면 안 되는 것’에 대한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동물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킨 뒤에 산업을 보는 게 순서지만 이전에 나온 정부 육성책은 단순히 ‘키운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동물복지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동물 전체로 번진 듯하다. 요즘엔 야생동물을 한 곳에 몰아넣고 전시하는 동물카페가 유행이다.

“걱정이다. 원래 동물카페는 2000년대 초반에 반려동물 동반시설에서 시작했다. 애견카페라고 해서 자기가 기르는 개를 데리고 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거기서 수익을 내는 형태였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시시설로 형태가 변했다. 비슷한 카페가 늘어나다보니 카페끼리 경쟁이 붙었고 업주들은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야생동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라쿤을 시작으로 미어캣, 상어, 거북이까지 하나둘 데리고 오더니 지금에 이르렀다. 이런 유사 동물원들은 지난해 우리 연구소가 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온라인 검색으로 파악한 곳만 95곳이 넘는다. 지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다.”

-실태조사를 해보니 어떻던가.

“참혹하다. 야생동물이든 반려동물이든 동물은 종의 특성에 맞는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물카페들은 동물을 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대부분 상가건물 내 실내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야외 방사장과 같은 필수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다. 자연채광도 미흡하고 환기시설도 없는 곳이 많았다. 생물 종이 살기에 적합한 구조의 바닥이 따로 있는데 대다수가 콘크리트 바닥에 사육하고 있었다. 물을 먹기 위해서는 웅덩이가 필요한 동물도 있는데 웅덩이가 있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물도 편히 먹을 수 없는 구조다. 햇빛과 물을 포함해 살아있는 생물로서 응당 가져야 할 원초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

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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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동물카페들은 체험형을 내세워 영업을 하고 있는데.

“그렇다. 업주들은 동물들을 직접 만지는 행위를 권장한다. 특히 주말에는 하루 종일 동물을 만지고 사진을 찍는다. 여기 동물들은 사람과의 접촉이 일상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접촉은 만지는 사람과 만짐을 당하는 동물 모두에게 좋지 않다. 단순히 ‘만지기 때문에 동물들이 괴롭다’는 수준이 아니다. 감염 우려가 크다. 동물과 사람이 함께 감염되는 질병이 많은데 막무가내로 접촉한다. 동물의 손과 꼬리에 입을 대거나 먹이를 준 뒤에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흔하다. 동물의 체액과 몸에 묻은 분변이 사람 체내로 들어갈 수 있다. 시설 내 동물들이 전파할 수 있는 질병이 무엇인지 누구도 모른다. 어떤 병을 유발하는지는 사육조건이 아니다. 업주들은 ‘돈이 될 만하고 만질 만한 동물’이면 데려다 놓는다. 이런 동물들이 사람에게 안긴 채 대소변을 배설하고 사람들은 분변이 떠다니는 좁은 공간에서 음식을 먹는다.”

-가둬둔 동물들에게 끊임없이 먹이를 주는 모습을 봤다.

“먹이주기 체험은 유사 동물원에서 비중이 큰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업장에서는 수익을 위해 당근과 같은 먹이를 파는데 대부분 방문객들은 ‘재미’를 위해 먹이를 구입해 동물에게 준다. 방문객들이 돌아가며 끊임없이 먹이를 주는 셈이다. 동물들은 주는대로 받아먹는다. 지난번 현장조사에서는 일본원숭이가 10분 동안 20차례 넘게 당근을 받아먹는 모습을 봤다. 배탈이 나서 소화 안 된 당근을 배설하는 동물도 흔히 볼 수 있다. 동물도 사람과 다르지 않다. 생리적으로 필요한 종류의 먹이를 알맞게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업소에서는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는다. 관리인력이 적은 것도 있지만 이것저것 못하게 하면 손님들이 싫어해서 장사가 안 되기 때문이다. 최대한 만지고 먹이를 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다.”

-‘이동식 체험 동물원’이라는 형태의 사업도 생겨났다.

“따로 카페나 시설을 운영하지 않고 동물을 원하는 곳에 데리고 가서 사람들이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출장서비스다. 이동 동물원이라고 불리는데 동물카페와 같은 유사동물원보다 폐해가 더 크다. 이동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다. 옮겨다니며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유치원과 같은 행사장에 가서 만짐을 당하면서 학대에 시달린다. 저녁에는 다시 사육장으로 돌아가는데 사육장 환경은 비공개다. 어떤 환경에서 사육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밤낮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돌발행동도 많이 한다. 보통 만지는 사람을 무는데 애들이 많이 당한다. 동물에게 물린다는 건 그냥 넘어져서 생기는 상처와는 다르다. 어떤 질병에 감염될지 모르는데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이런 변종 시설들을 관리할 수 있는 법도 발의된 것으로 안다

“법은 나왔다. 동물원·수족관을 운영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받고 전문가에게 검사를 받도록 하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국회에 동물복지포럼도 있다. 변화의 조짐은 있는데 거기서 끝이다. 법안이 발의돼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일단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 국회 내에서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가뜩이나 ‘동물’ 법안이라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는데, 국회 파행이 겹치면서 언제 통과될지 모르겠다. 그 사이에 카페와 이동 동물원 업주들이 각종 이익단체를 만들어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을 산업으로 키우라더니 왜 이제 와서 막으려고 하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더 답답한 건 여기에 동조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것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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