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가 작성한 '일본 출장 보고서' 보니…
"공익위원, 노사 끝까지 설득해 협조 구해"
韓, 매년 반복되는 파행에 법정기한 못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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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노동자위원은 최저임금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사용자위원은 더 올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회의 중에 사용자, 노동자위원이 퇴장하는 경우는 일본에는 없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중앙최저임금심의회(중앙최임위) 관계자의 발언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매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간 견해차로 극심한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이 수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집단 퇴장하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공익위원이 없는 곳에서 '퇴장한다'는 말을 하기도 해서 간접적으로 듣게 되긴 한다"면서도 "직접적으로 회의석상에서 퇴석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노사 보이콧·파행 없는 日 최임위= 이러한 일본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가 작성한 '일본 출장 보고서'에 자세히 기록돼있다. 당시 류장수 위원장을 비롯해 최저임금위원 6명이 나흘간 일본을 방문해 최저임금 결정 체계와 실태를 파악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최임위는 노·사위원들이 집단 퇴장해 회의가 파행되는 일이 없다. 최임위 논의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지난 26일 경영계는 최임위 표결 결과에 반발해 향후 일정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날 월급여 환산액 병기 여부는 찬성 16표, 반대 11표로 가결됐고, 업종별 차등 여부는 찬성 10표, 반대 17표로 부결됐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최저임금을 고시할 때 시급과 월급을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한 것. 둘 다 경영계가 원치 않은 결과였다.
사용자위원들은 회의장을 나서며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최임위를 없애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은 상기된 얼굴로 곧장 기자실을 찾아와 최임위에 항의하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다음날 최임위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마쳐야 하는 법정기한이었다.
최임위 보이콧에는 노·사가 없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반대해 끝까지 회의 참석을 거부했다. 이 같은 파행으로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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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공익위원들이 노사를 끝까지 설득"= 반면 일본 최임위에 파행이 없는 비결은 뭘까.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공익위원들은 노사를 설득하기 위해 물밑에서 노력하고, 회의 진행에 최대한 협조를 구한다.
보고서는 "본래 일본이 대립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공익위원들이 물밑에서 노력을 많이 한다"며 "공익위원이 나뉘어져 노사를 설득, 조정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사가 불만은 있지만 공익위원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수준에서 결정한다"고 했다.
일본은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중앙최임위가 최저임금 기준액을 정하면, 이를 토대로 각 지방최저임금심의회(지방최임위)가 지역별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구조다. 최종 금액을 결정하는 지방최임위는 중앙최임위보다 갈등 수위가 높지만 여기서도 노사가 집단 퇴장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야마나시 지방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은 "최저임금심의회에서 노사가 퇴장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 대립이 심하면 공익위원이 의견을 내서 찬반을 묻고, 반대할 경우 공익위원들이 끝까지 설득해서 최대한 협조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 결정 시 노사 대립으로 합의가 안 될 경우, 공익위원은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주장을 하는지를 보고 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행 막으려면…공익위 조정능력·책임의식 필요= 다시 우리나라 최임위로 돌아와보자. 이번 파행의 원인은 월 환산액 병기 문제와 업종별 차등적용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다.
두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를 분석해보면 이렇다. 사용자위원 9명 전원이 업종별 차등적용에 찬성했다고 가정했을 때, 공익위원은 1명만이 찬성표를 던졌다. 월 환산액 병기를 반대한 공익위원은 2명이다. 즉, 경영계 손을 들어준 공익위원은 총 9명 가운데 2~3명에 그친 셈이다. 공익위원들 입장에선 굳이 투표를 하지 않아도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일본의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공익위원들의 역할이다. 두 안건을 표결에 부치기 전에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위원들을 백방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최임위 파행이란 극단적인 결과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은 법정기한 내에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와 동시에 노사 간 갈등조정 능력과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중차대한 경제·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만큼 어느 때보다 공익위원들의 책임 있는 역할과 자세가 중요한 시점이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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