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위법수집 증거로 인해 잇달아 무죄 선고가 내려지고 있다. 다만 ‘사법농단’ 의혹으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과 관련해 법원은 검찰이 수집한 증거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는 지난 27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방위사업체 A사 직원 6명에게 1심과 동일하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무죄 선고 배경은 수사기관이 제출한 핵심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됐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퇴역 군인인 이들은 방위사업청 소속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군사기밀을 빼냈다는 혐의로 2013년∼2017년 기무사와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특히 조사본부는 뇌물공여자로 의심된 A사 직원들이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제출하지 않자 ‘방사청 공무원들의 뇌물수수’ 증거를 잡겠다며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조사본부는 A사 직원들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적힌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 외장하드와 서류들을 압수했다. 검찰은 이후 해당 외장하드와 서류들을 토대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날 법원은 조사본부가 A사 사무실에서 컴퓨터 외장하드와 업무 서류들을 압수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법한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 수집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지인 등을 채용하도록 강원랜드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당시 검찰은 권 의원을 강원랜드 사외이사 지명에 위법하게 개입한 혐의(직권남용) 등을 적용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위법수집 증거를 이유로 권 의원에게 무죄로 선고했다.
검찰은 권 의원이 사외이사 지명에 개입했다는 증거를 2018년 3월 산업통상자원부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에서 찾았다. 그러나 법원은 이 증거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순형)은 “압수수색 영장 발부 사유로 된 범죄혐의와 무관한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물론 수사기관이 수집한 증거들이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 받은 것은 아니다. ‘사법농단’ 의혹의 ‘스모킹 건’으로 불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 속 저장된 문건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과정은 적법했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지난 28일 열린 공판에서 “검사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위반 행위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영장에는 '외부 저장장치에 저장된 이 사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가 압수할 물건으로 기재됐다”며 “압수한 8600여개 파일은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임종헌 전 차장도 해당 자료들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판사 윤종섭)는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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