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눈·굳은살은 압력·마찰 탓
사마귀는 바이러스 감염 때문
원인 정확히 알고 예방·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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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눈·굳은살·사마귀 없애기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이모(32·전남 여수시)씨는 두 달 전 오른쪽 발에 1㎝ 크기의 티눈이 생겼다. 걸을 때마다 따끔거리고 아파 수시로 안전화를 벗어야 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대신 약을 바르고 손톱깎이로 살을 뜯는 자가치료만 한다. 그는 “발바닥에 종종 티눈이 생기는데 그때마다 이런 방법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함을 주는 피부 질환이 티눈과 굳은살, 사마귀다. 활동량이 증가하는 여름철, 특히 10~30대를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한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티눈과 사마귀는 원인이 전혀 다른 별개의 질환이다. 건국대병원 피부과 안규중 교수는 “피부 질환을 맞춤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감염으로 오랜 시간 고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티눈 중심엔 굳은살에 없는 ‘핵’ 존재
티눈과 굳은살은 발병 원인이 같다. 피부가 자주 쓸리거나 외부 압력을 심하게 받으면 피부 바깥층인 각질층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두꺼워진다. 이때 압력이 작용하는 부위가 넓으면 굳은살이, 좁은 경우 티눈이 생긴다. 굳은살과 달리 티눈에는 중심에 ‘핵’이 존재한다. 을지대 을지병원 피부과 한태영 교수는 “티눈의 핵은 압력이 집중돼 주변보다 딱딱해진 부위”라며 “하부 감각신경이 강하게 자극받아 같은 압력에도 통증을 더욱 심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반면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이하 HPV)가 원인인 감염병이다. 평소에는 단단한 각질층이 바이러스 침투를 막아 감염되는 경우가 적다. 하지만 습도가 높은 여름철은 피부가 쉽게 물러지고 상처도 잘 생겨 HPV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한 교수는 “수영장·목욕탕 등에서 맨발로 다니다 발바닥 사마귀가 옮는 경우가 흔하다”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나 노인은 고위험군”이라고 말했다.
두 질환을 구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런 감염 위험 때문이다. 실제 가족 중에 환자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마귀가 발병할 위험이 두 배나 높다(미국소아과학회지, 2013). 타인을 감염시키는 것은 물론 환자 본인의 다른 신체 부위로 바이러스가 퍼지기도 한다. 티눈인 줄 알고 만졌다가 손발에서 얼굴·입술·귀까지 사마귀가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 교수는 “손이 닿는 부위는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며 “특히 사마귀가 손발톱 밑으로 파고들면 치료도 어렵고 손발톱 변형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티눈·사마귀를 구별하려면 겉이 아닌 속을 봐야 한다. 두꺼워진 각질층을 깎았을 때 중심에 핵이 있으면 티눈, 까만 점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사마귀다. 까만 점은 ‘점상 출혈’이라 하는데 사마귀가 생존을 위해 끌어들인 모세혈관에 피가 엉겨 붙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교수는 “사마귀의 경우 마찰·압력을 받지 않는 부위에 나타나고 떼려고 자극을 줄 때 크기가 다소 커지는 특징이 있다”고 덧붙였다.
각질층 깎을 때 까만 점 나오면 사마귀
티눈과 굳은살, 사마귀의 치료법은 동일하다. 우선 두꺼워진 각질층을 살리실산 등으로 녹여 떨어뜨리는 화학적 방법을 쓰고 효과가 없을 때 해당 부위를 얼리거나 레이저·전기 소작으로 피부를 괴사시키는 물리적 방법을 사용한다. 각질층을 녹이는 패치·용액 등은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살 수 있다. 단 이런 처치 없이 단단한 살을 억지로 뜯어내는 건 오히려 증상 악화와 감염의 빌미가 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안 교수는 “특히 당뇨병 환자는 사소한 상처가 전신 감염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질환에 따라 예방·관리법은 차이가 있다. 티눈·굳은살의 가장 큰 원인은 신발이다. 안 교수는 “볼이 좁고 딱딱한 구두 대신 편한 신발을 신기만 해도 이미 생긴 티눈·굳은살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발을 바꾸기 어렵다면 매일 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가 각질층을 불린 후 조심스럽게 깎는 과정을 반복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사마귀 관리를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한 교수는 “HPV 백신(자궁경부암 백신)은 손발·얼굴에 생기는 사마귀와 바이러스 종류(유형)가 달라 주사를 맞아도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스스로 감염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을 씻은 다음 발가락 사이사이를 닦아내고 습기가 차지 않게 드라이어로 물기를 충분히 말려 주는 게 좋다. 손톱 주위를 물어뜯거나 피부를 긁는 습관은 교정한다. 가족끼리 욕실 슬리퍼나 손톱깎이를 함께 쓰는 것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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