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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G20부터 판문점 회동까지…존재감 과시한 이방카에 비판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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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판문점행에도 동행…G20선 각국 정상과 '어색한' 대화

美언론 "외교관 역할까지 수행…미 신뢰도에 악영향" 비판

연합뉴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 나오는 이방카 트럼프
(판문점=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에서 나오고 있다. 2019.6.30 scoop@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한국·일본 방문에선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부터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미 회동까지 아버지를 '그림자 수행'하며 중앙 무대를 누빈 이방카 보좌관을 놓고 미국 안팎에서 비판론이 쏟아졌다.

이방카 보좌관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회동이 진행되던 시간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함께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을 방문했다.

CNN은 이방카 트럼프가 "선을 넘어 북한으로 갔다"고 표현했는데 실제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것인지, 아니면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에 들어갔다 온 것을 이렇게 표현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몇 분간 회의실에 머문 이방카 보좌관은 '북한이 어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초현실적"(surreal)이라고 답변했다고 풀기자단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생존 미국인 중 북한 땅은 밟은 이는 몇 되는데 이방카 보좌관이 그들 중 하나가 됐다"며 이번 아시아 방문에서 그가 "가족 관계와 외교관 업무를 혼합한 매우 공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표현했다.

CNN도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이자 딸, 이번 주엔 외교관"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방카 트럼프는 미국 방문단의 일원이자 대통령 가족의 일원이라는 독특하고 유례없는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자신을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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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 답하는 트럼프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등과 기념촬영 후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문 대통령, 트럼프 미 대통령, 김정숙 여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 재러드 쿠슈너 선임보좌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2019.6.29 xyz@yna.co.kr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동행하지 않은 이번 방문에서 장녀인 이방카가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대신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외교관의 임무까지 대신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백악관은 이방카 보좌관이 퍼스트 레이디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이방카 보좌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과 청와대 만찬에도 함께 했다.

29일 한미 정상이 기념촬영을 할 때 이방카 보좌관은 양국 정상과 김정숙 여사가 차례로 자리를 잡은 후 김 여사 옆에 섰다. 자리를 빼앗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이 어색하게 뒤에서 서성인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이방카 보좌관은 자리를 내줬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방문 마지막 일정이었던 오산 미군기지 연설에서 특별히 이방카를 호명하며 연단 위로 불러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성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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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 격려하는 이방카 트럼프
(평택=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이방카 미국 대통령 보좌관이 3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장병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트럼프 대통령,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2019.6.30 saba@yna.co.kr



앞서 오사카 G20에서도 이방카 보좌관은 '종횡무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국 정상의 양자 회담에 여러차례 배석하고 여성 역량 강화에 대한 특별세션에도 아버지와 참석해 연설을 했다.

백악관 영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인도, 일본 정상의 삼자 회동 소식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통상 이런 발표는 국가안보 담당자가 서면으로 진행해왔다고 CNN은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가 공개한 G20 당시 짧은 영상은 이방카 보좌관의 역할에 대한 비판을 더 키웠다.

영상 속에서 이방카 보좌관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대화를 나눈다.

대화 중 마크롱 대통령이 사회 정의에 대해 언급하자, 메이 총리는 "그것(사회 정의)의 경제적 측면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평소 관심 없던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방카 보좌관은 "국방 부문도 똑같다. 전체적인 생태계 측면에서 매우 남성 위주"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정상들이 다소 어색한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영상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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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당시 여성 역량강화에 대한 특별세션에 참석한 이방카 보좌관(가운데)
[AP=연합뉴스]



FT는 칼럼에서 "이 영상에선 이방카 보좌관이 정상들의 토론에 끼어든 순간 정상들이 보인 '고통스러운 예의 바름'이 다양하게 표현된다"며 라가르드 총재는 특히나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FT는 영상 속 이방카 보좌관의 발언이 앞선 정상들의 발언에 대한 '그릇된 결론'이었다면서 "대화 내용은 이차적인 문제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퍼스트 도터'가 국제 정상회의에 계속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이 영상을 공유하고 "누군가의 딸이라는 건 직업적 자격조건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채 세계가 나아가면 우리 외교적 지위가 훼손된다"고 꼬집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부무 동아태 차관보는 WP에 이방카 보좌관이 이렇게 주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미국이 일종의 입헌군주제 국가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며 "신뢰성 차원에서 문제가 커진다. 동맹 등 미국이 상대하는 이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그 가족만이 중요하다고 알려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존 커비 전 국무부 대변인도 이방카 보좌관이 주요 회담에 배석한 것은 "국제무대에서 민주 대의제 정부로서의 미국의 위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방카 트럼프는 선출되지도 않았고 공식 임명된 적도 없다"고 CNN에 말했다.

이방카 보좌관과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을 둘러싼 족벌정치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녀를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세계은행 총재에 임명하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때 이방카가 대선에 출마하면 아주 강력한 후보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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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에 앉은 이방카
[EPA=연합뉴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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