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헉 비둘기다 도망가자" 비둘기는 왜 혐오대상이 돼버렸나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비둘기 개체 수 어떻게 줄이나

일부서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까지

전문가, 개체 수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안 필요

아시아경제

비둘기들이 날개를 접고 몸을 움츠리고 있는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솔직히 좀 혐오스러워요 무섭기도 하고, 길에서 보면 도망갑니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20대 직장인 A 씨는 비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는 2009년 6월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과도한 불편이 초래되면 행정기관에서 '포획 허가증'을 발급받아 지정된 장소와 기간 내에 포획까지 가능하다.


유해동물 지정 당시 환경부는 비둘기 알 수거, 먹이 주지 않기 캠페인, 먹이 주는 행위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의 방법으로 비둘기 퇴치에 나섰지만, 여전히 비둘기 개체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비둘기로부터 비롯되는 각종 불편 사항은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 특히 여름철인 요즘은 비둘기 배설물 등으로 인한 악취는 물론, 먹이가 있는 곳이라면 사람들이 있어도 무리지어 날아들어 보행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도심 속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이유다.


비둘기의 배설물에는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 곰팡이 균이 있다. 이 곰팡이는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사람들에게 감염될 수 있다.


또한 배설물의 강한 산성이 문화재와 건축물들을 훼손하며 미관을 해친다.


아시아경제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원래부터 이런 대접을 받지는 않았다. 비둘기는 국내에서 1960년대 이후 크고 작은 각종 행사에 동원됐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 때 각각 3,000마리를 방사했고, 한강에 비둘기집을 지어주고 살게 했다.


또한, 1985년부터 2000년까지 대통령배 고교야구 개막식 등 비둘기를 날려주는 행사가 모두 90차례나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종의 전시행정 결과로 비둘기 수는 폭발적으로 늘게 된 셈이다.


문제는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과다 증식한 비둘기들은 아파트 베란다 실외기 등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이를 주요 서식 장소로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비둘기 퇴치 업체들은 비둘기가 아예 접근할 수 없도록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또 다른 비둘기들은 공원벤치, 동상 등에서 서식지를 만들어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비둘기 퇴치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비둘기 개체 수는 약 100만 마리로 추산된다.


아시아경제

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지하철 역 인근에 부착된 '비둘기 먹이 제공 금지' 안내 문구.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시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크고 작은 실랑이도 일어난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한 지하철역에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구청 안내문이 붙었다. 먹이를 주면 비둘기가 유입되어 이웃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 이유다.


20대 대학생 B 씨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도심 속 비둘기는 병균이 많은데, 이런 비둘기의 개체 수를 늘리는 행위로 밖에는 안보인다"고 토로했다.


B 씨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은) 병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편 많은 국가에서는 비둘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불임성분이 섞인 약을 먹이에 섞어 뿌려 개체 수를 크게 줄였다.


또한 영국은 비둘기에게 먹이 제공 시 과태료를 부과하고 먹이를 제공한 노점상은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대형 비둘기집을 만든 뒤 여기 낳은 알을 심하게 흔들어 부화를 방해하는 방법을 시도했다. 스위스 바젤의 경우 비둘기 알을 가짜 알로 바꾸는 방법으로 개체 수를 줄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둘기 밀집지역에 '먹이제공 금지' 현수막을 달고 비둘기가 싫어하는 기피제를 뿌리고 있다.


먹이를 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과태료 부과 입법을 환경부에 건의했지만,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 측의 반발로 인해 사실상 무산됐다.


한 조류센터 관계자는 "비둘기 개체 수를 줄이는 게 좋은 방법이다"라면서도 "사회적 합의 등 문제고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심속 비둘기로 인한 각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