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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北 목선 은폐 없었다”… 정부 ‘셀프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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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조사 결과 발표/ NLL 통과 후 57시간 인지 못해/ 정경두 “경계 실패” 대국민 사과/ 합참의장 경고·8군단장 보직해임/ 野 “의구심 더 키워”… 국조 압박

세계일보

정부는 3일 ‘대기 귀순’ 논란이 이어진 북한 어선의 강원도 삼척항 입항 사건과 관련해 군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있었다는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방부는 ‘경계 소홀’ 책임을 물어 육군 8군단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지휘계통을 엄중 문책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군의 의도적인 축소·은폐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직후부터 여러 혼선을 야기해 책임져야 할 군과 해경, 청와대가 자체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셀프 조사’라는 한계점을 지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오후 7시18분부터 8시15분까지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표적이 레이더에 포착됐으나 운용 요원은 자신의 책임구역 감시에 집중하느라 인식하지 못했다. 또 다른 레이더에는 14일 오후 8시 6분부터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나타났으나 해면에 반사된 것으로 오인됐다. 해안감시 공백으로 군과 정부는 북한 선박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해 삼척항에 도달할 때까지 57시간 동안 인지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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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환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는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에 대해 경계작전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 조치했다. 해안경계태세에 문제점을 드러낸 육군 8군단장은 보직 해임하고 23사단장과 해군 1함대사령관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해경도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에 대해 서면 경고하고 동해해양경찰서장을 인사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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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던 은폐·축소 의혹에 대해 정부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다. 정부는 은폐·축소 의혹의 불씨가 됐던 지난달 17일 언론 브리핑에 대해 “용어 사용이 부적절했던 측면은 있었지만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안보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은폐·축소 논란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당시 군 당국의 브리핑이 ‘해상 경계태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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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소형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정부의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방부 익명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은폐·축소 의혹 논란을 키운 청와대 안보실 A행정관에 대해서는 “일상적인 업무협조였다”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국방부 합동조사단 발표 결과가 되레 의구심만 더 키우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국회 국정조사에 응하라고 압박했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예하 부대장들만 책임을 묻는 조치는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최도자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오늘 조사결과는 북한주민의 귀순경위 일부와 경계작전 실패에 대한 변명만 있을 뿐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쟁점인 ‘누가 사건의 축소·은폐를 주도했는지’를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수찬·장혜진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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