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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현장에서]北 목선, 여전히 남은 '축소·누락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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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3일 오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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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부가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입항 사건 관련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축소·누락 의혹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9.19 남북군사합의로 인해 군 경계가 느슨해졌다는 비난이 일 것을 우려해 북한 목선이 삼척항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조사결과에서 “초기 상황 관리 과정에서 대북 군사보안상 통상적으로 쓰는 용어인 ‘삼척항 인근’으로 발견 장소를 표현했다”고 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통상적으로 선박이 삼척항에 접안했을 때 군사적으로는 ‘삼척항 내’ 또는 ‘항내’로 표기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은폐·축소하지 않은 증거 중 하나로 제시한 것도 사실과 달랐다.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에 논란이 있어 합동참모본부가 6월 18일 기자들에게 발견 지점을 삼척항 방파제라고 정정해 문자로 공지했다”고 했지만, 합참은 당시 문자 공지를 하지 않았었다. 대신 국방부 기자단 간사를 통해 6월 18일 늦은 오후 구두로 전달했다. 이마저도 앞서 기자들이 개별 취재를 통해 삼척항 방파제로 특정해 기사를 작성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뒤늦은 조치였다.

특히 정부는 ‘삼척항 인근’과 ‘표류’ 등의 언론 발표에 청와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해경과 군 당국 등 유관기관이 협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큰 틀에서 청와대와 발표문 내용을 논의했지만 세세한 표현까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 개입 의혹’을 해명하는 데 주력한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엄중 경고한 것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청와대가 평상시 배포되는 보도자료 문구 하나까지도 관여하고 정책 결정 사안에도 깊이 개입하고 있다는게 중론이다. 국민적 관심사가 된 건에 대해 청와대가 관여하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게 군 내 분위기다. 이에 더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을 조사하지 않았는다건 애초부터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를 밝혀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계작전 실패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발생한 ‘과오’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는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은폐·축소 논란에 불을 지폈던 ‘인근’이라는 표현을 누가 쓰자고 했고 그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등에 대해 당국은 입을 다물고 있다. 경계작전 실패와 관련해 장군 6명을 징계하면서도 은폐·축소 논란에 대해선 ‘생각이 짧았다’고 반성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셈이다.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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