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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서울 자사고 13곳 ‘판도라의 상자’ 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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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분쟁·이념갈등 등 거센 후폭풍 예고

세계일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가 다음 주 교육계를 강타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오는 9일 13개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를 내놓는다. 재지정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는 곳이 나올지, 나온다면 몇 곳이고, 어느 학교인지에 따라 거센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여서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교육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의 청문도 하루 앞서 8일 열린다.

서울교육청은 9일 오전 11시 서울시교육청 본청 기자회견을 연다. 이 자리에서 경희·동성·배재·세화·숭문·신일·이대부고·이화여고·중동·중앙·하나·한가람·한대부고 등 13개 자사고 운영평가결과와 이에 따른 자사고 지정 취소 여부를 발표한다. 이 학교들은 평가에서 기준 점수 70점을 넘지 못하면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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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학부모 연합회원들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이화여고를 출발해 서울시교육청을 향해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7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자사고 폐지라는 큰 시대정신 흐름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은 특히 자사고 지정취소에 교육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은 없다. 권한쟁의심판은 행정기관 사이 의견이 불일치할 때 (이를 해결하는) 통상적인 방법”이라고 가능성을 닫지는 않았다. 조 교육감은 그러나 “교육부가 동의하리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발언의 뉘앙스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그의 선거공약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재지정에서 탈락하는 곳이 다수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조 교육감의 임기 1기이던 2014년 평가 때는 전체 14곳 자사고 가운데 8곳이 기준점수에 미달, 6곳에 ‘재지정 취소’, 2곳에 ‘취소 유예’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에는 보수정권의 교육부가 ‘부동의’하면서 자사고 지위를 잃은 학교는 없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지정 취소시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 역시 한 학교라도 지정취소가 결정되면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강남 8학군이 부활해 교육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학생, 학부모, 학교 동의 없는 자사고 폐지는 결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자학연은 3일 오전에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에 편지와 서명서 3만장을 전달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막아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편지에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강남 8학군 부활이 불 보듯 뻔해 교육 양극화가 되레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

4일 전북 전주시 전라북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전주시 초·중·고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들이 상산고등학교의 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강력히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과 상반된 시선에서 교육당국을 엄호하는 목소리도 거세다.

전주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는 4일 전북도 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평등교육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자사고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사교육비 증가, 사회 양극화 심화, 공교육 황폐화 등 폐해를 낳았다”며 “상산고를 비롯해 전국의 대부분 자사고는 이미 일류대학을 준비하는 입시학원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류 학생 위주의 특권교육이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인재로 길러내는 것이 교육기관의 책무”라며 현 정부의 공약이자 국정과제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교조 서울지부와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서울지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진보 성향의 50개 단체는 8일 자사고 폐지 집중행동의 날을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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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 교육청 앞에서 안산 동산고 학부모들이 자사고 재지정 취소 반대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한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에 대한 청문은 8일 열린다.

청문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졌을 때 학교나 학교법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다.

상산고는 전북도교육청 6층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열리는데 상산고 측에서 교장·교감·행정실장 등 6명, 전북교육청 측에서 학교교육과장 등 5명이 참여한다. 안산 동산고는 경기도교육청이 일부 학부모들에게만 참관을 허용한 가운데 제한적 공개 방식으로 진행한다.

자사고 논란은 지난달 20일 전주 상산고와 경기 안산 동산고의 재지정 평가 탈락 이후 정국의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지난달 26일에는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점을 못 찾는 상황에서도 자사고를 다루는 국회 교육위원회 만큼은 전체회의를 열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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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사고는 설립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교육당국과 학계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살펴보면 자사고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공약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당시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라는 제목의 공약을 보면 자율형사립고는 ‘국가의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사운영 등을 학교가 자유롭게 운영하고, 그 책무성을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의해 평가를 받게 하는 사립고교 운영모형’으로 정의된다.

최준렬 공주대 교수는 2010년 ‘이명박정부의 자율형 사립고 정책에 대한 평가’라는 논문에서 자사고의 긍정적·부정적 평가를 소개하고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사학의 자율성이 증가하며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에 반해 평준화가 해체되며 귀족학교가 출현해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학생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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