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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단독]北목선 '삼척항 인근' 표현, 정경두·박한기가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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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항 방파제' 알고도 두리뭉실 발표 용인

군 수뇌부의 은폐,축소 논란 다시 야기할 듯

중앙일보

지난달 17일 북한 목선 관련 군 당국의 첫번째 언론 브리핑 직전 작성된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의 자필 PG(언론대응지침). 해당 PG에는 북한 목선의 입항 은폐·축소 논란의 핵심인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적혀있다. 이 PG는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도 봤다. 사실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삼척항 인근'이라는 언론 발표를 사전에 승인한 셈이다. [국방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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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지난달 17일 국방부의 북한 소형 목선 사건 브리핑에 앞서 ‘삼척항 인근’으로 발표할 것임을 사실상 승인했다는 논란을 부를 군내 문건이 나왔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에 8일 제출한 당시 군 당국의 ‘자필 PG(언론대응지침)’에는 “우리 군은 지난 6월 15일 06:50분경 북한 소형 목선 1척(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된 경위를 조사하였습니다”라고 명시됐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의 자필로 적혀있는 이 PG는 지난달 17일 오전 국방부의 첫 언론 브리핑 직전에 작성돼 그대로 발표됐다.

이와 관련 박 합참의장은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에서 “최초에 (지난달) 17일 발표했던 내용은 저희 공보실장이 자필로 적어 가지고 와서 저한테 ‘이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승인을 요청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그 자리에 (정경두) 장관도 옆에 있었냐. 같이 봤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결재를 해 가지고 PG나 이런 것들을 낸 사안은 아니라는 것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지만 ‘사실상 결재를 한 게 아니냐’는 국방위 의원들의 추궁에 박 의장은 “제가 책임져야 될 사안이다. 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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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장관(왼쪽)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3일 국회 국방위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정 장관은 앞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 목선 삼척항 입항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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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달 17일 군 당국이 북한 소형 목선의 발견 장소를 놓고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삼척항 인근’으로 알리는 내용이 포함된 언론 브리핑 요지를 사전에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삼척항 인근’으로 표기된 자필 PG를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 함께 봤다고 국회에서 답변했기 때문이다. 박 합참의장은 자필 PG에 대해 결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자필 PG대로 언론 브리핑을 했다는 자체가 사실상 '승인'이라는 게 전직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 장관과 박 의장 등 군 수뇌부는 사건 당일인 지난달 15일 오전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접안을 해경 보고서 등을 통해 인지한 뒤 지난달 17일까지 합참 지하벙커 등에서 상황평가회의 등을 연이어 열고 대책회의를 했다. 이 때문에 ‘삼척항 접안’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지난달 17일 국방부의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삼척항 인근’으로 명기된 군 당국의 언론 대응 계획을 용인했다는 점에서 군 수뇌부의 은폐ㆍ축소 논란을 다시 부를 전망이다.

정부의 합동조사에선 ‘삼척항 인근’ 표현을 누가 지시했는지 등을 놓고 장관과 의장 등 군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유관기관의 협의로 이뤄졌다”고만 밝혔다. 군 당국은 “유관기관에 장관 등 군 수뇌부가 포함됐는지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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