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학교” 우려에도 전국서 54곳 지정/ 박근혜정부 때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 교육부에 맞서 무더기 취소 추진 충돌/ 문재인정부 들어서며 입지 더 좁아져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고교의 자율성을 늘리고, 학생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이명박정부가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자사고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공약에서 출발한다.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이라는 제목의 교육 공약 내용을 보면 자사고는 “국가의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사운영 등을 학교가 자유롭게 운영하고, 그 책무성을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의해 평가를 받게 하는 사립고교 운영모형”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내용이 구체화한다.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백서인 ‘성공 그리고 나눔’에 따르면 이명박정부는 학교에 대한 획일적인 규제를 대폭 철폐하고 학교의 제도와 운영을 다양화해 학교 교육의 내실화를 선도하기 위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한다.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자사고 100개 등 300개의 다양화된 고교를 만들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고, 동시에 농어촌 지역의 고교를 활성화하며, 전문계 고교의 발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주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후 교육부 장관)이 주도했다.
서울 서초구 세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시스 |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년 3월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자사고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보고한다. 당시에도 자사고가 일반고의 3배 이상 등록금을 내야 하는 만큼 ‘귀족 학교’가 될 것이고, 특수목적고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몰리면서 고교 입시가 과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자사고 정책을 밀어붙였고, 2010년 이후 전국에서 54개 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됐다. 이때 고등학교 평준화 문제점 개선을 위해 김대중정부 때 만든 자립형사립고도 자사고로 옷을 갈아입는다. 현재 전국 단위 자사고인 민족사관고, 광양제철고, 포항제철고, 해운대고, 현대청운고, 상산고, 하나고 등이 자립형사립고였다.
박근혜정부는 자사고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며 자사고 유지와 일반고 육성 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그렇지만 2014년 자사고 폐지를 공동공약으로 내건 진보교육감들이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진보교육감들은 무더기 자사고 지정 취소에 나섰고, 박근혜정부의 교육부는 교육감 재량권 남용 등을 이유로 교육청 결정을 직권취소하며 맞섰다. 또 자사고 취소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거치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사태는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진 끝에 3년6개월 만인 지난해 7월 교육부 승소로 마무리됐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초등학교에서 열린 '서울봉래초, 중구형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참관하고 있다. 뉴시스 |
자사고는 그러나 진보진영인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문재인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복잡한 고교 체제 단순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외고와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반고와 특목고, 자사고의 고등학교 입학시험 동시 실시 등이 추진됐다. 교육부는 2018년 ‘고입 동시 선발’을 시행, 자사고와 일반고의 모집 시기를 합쳤다.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중복지원도 금지했다. 이 조치에 반발한 자사고들은 헌법소원을 냈고,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중복지원 금지는 유예하고, 동시 선발만 이뤄지게 됐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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