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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NOW] 결식아동에 'VIP 카드' 무제한 공짜 파스타 제공하는 청년 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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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카드 보여만 주면 돼… 시민들은 "사먹으러 가자" 응원

조선일보

결식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 음식점 사장 오인태(맨 오른쪽)씨와 직원들. /오인태씨 제공


이달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파스타 가게에 한 초등학생 남매가 매장으로 들어왔다. 7600원짜리 베이컨 토마토 파스타 2개를 주문했다. 남매는 식사를 마친 후 계산대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더니 쭈뼛쭈뼛 플라스틱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서울시가 결식 아동들에게 나눠주는 충전식 급식 카드였다. 음식점 주인 오인태(34)씨는 이 카드를 긁지도 않고 돌려줬다. 그러면서 다른 카드 한 장을 아이들에게 건넸다. 흰색 바탕에 가게 이름과 함께 'VIP'라고 적힌 플라스틱 카드였다. 오씨는 "우리 가게는 이 카드를 가진 사람에겐 밥값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가게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이달 1일 급식 카드를 가진 어린이들을 상대로 '밥 한번 편하게 먹자'라는 제목의 공지문이 올라왔다. "매일 와도 괜찮다"고 적었다. 오씨의 게시물은 3만4000명이 공유하며 인터넷 화제가 됐다. '이런 가게는 매출로 두들겨 패줘야 한다' '먹어서 응원하자'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선행은 다른 선행을 낳았다. 지난주에는 대구에 사는 한 시민으로부터 '아이들 밥 짓는 데 써달라'며 20㎏ 쌀 10포대를 보내주겠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오씨는 "올 초 마포구청에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급식 카드 홍보 포스터를 보고 결식아동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 돌아와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급식 카드 받아주나요'라고 물어보는 과정에서 수치심을 많이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어린이들이 와서는 다른 아이들이 알아볼 수 있는 급식 카드 대신 다른 카드를 무제한 쓸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9일까지 결식아동 10여 명이 VIP 카드를 받아갔다고 했다.

'가게가 수익이 많이 남느냐'고 물어봤다. "사장인 내가 한 달에 100만원 가져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 돈으로만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는 대답이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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