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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수도 런던의 의회 밖에서 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취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AP뉴시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영국의 테리사 메이 정부가 합의 없이(노딜·No deal) 유럽연합(EU)을 탈퇴(브렉시트)했다가는 영국이 4조각으로 분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이 정부는 이 같은 위험이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며 차기 정부의 관심을 촉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입수한 메이 정부 각료 회의 문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문서에 등장한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은 장관들에게 영국 각 지역의 분리 독립이 "실제하는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리딩턴 실장은 사실상 테리사 메이 총리에 이어 내각 부총리 역할을 맡고 있다. 리딩턴 실장은 노딜 브렉시트가 일어날 경우 브렉시트를 주도한 잉글랜드에 맞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지역의 반발이 거세진다고 내다봤다. 그는 우선 스코틀랜드에 대해서 만약 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 2021년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중대하고 급박한 정치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1707년 연합법을 통해 영국의 일원이 된 스코틀랜드는 이후에도 잉글랜드 주도의 국가 정책에 불만을 드러냈으며 내부적으로 독립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독립 국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EU 잔류를 요구하며 독립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현지 자치정부는 지난 5월에도 향후 언젠가 2차 독립 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독립 분위기는 이제 웨일스로 번지고 있다. 1284년에 잉글랜드에 합병된 웨일스는 스코틀랜드와 달리 독립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노딜 브렉시트 여파로 경제적 불안이 증폭되면서 잉글랜드 주도의 영국 정부에 불신을 드러냈다. 일본 히타치는 지난 1월에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에 따른 혼란으로 추가 자금지원을 하지 않자 웨일스에 짓고 있던 원자력 발전소 공사를 중단했다. 미국 포드도 지난달 발표에서 웨일스 브리젠드의 엔진 공장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다만 포드는 해당 결정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브렉시트 때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마크 드레이포드 웨일스 자치정부 수반은 지난 8일 의회 연설에서 "연합왕국(영국)이 4개국의 자발적인 연합이라고 본다면 영국의 일정 부분이 독립을 선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미래에 웨일스가 그런 상황에 직면한다면 어떤 정당이라도 웨일스의 영국의 잔류 여부를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딩턴 실장은 "영국에 대한 웨일스의 태도와 독립 의지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북아일랜드 역시 불안하다. 리딩턴 실장은 통일 투표 가능성을 언급하며 북아일랜드에서 노딜 브렉시트로 EU 소속인 아일랜드와 자유로운 왕래가 중단될 경우, 영국에서 이탈해 아일랜드와 통일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에서 향후 통일 투표 개최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오가고 있다"며 노딜 브렉시트가 이를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메이 총리를 ?아내고 새로 집권 보수당을 차지한 강경파들은 이같은 분열 움직임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지난달 18일 영국 시장조사기관 유고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원의 63%는 브렉시트만 가능하다면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해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현재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 장관은 지난 9일 첫 경선 양자 토론에 출연해 상대 제러미 헌트 외무 장관을 상대로 노딜 브렉시트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그는 유럽과 약속한 10월 31일에 협상이 있든 없든 EU를 탈퇴해야 한다며 "10월 31일 브렉시트가 없다는 상상조차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 전 장관은 영국 정부가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지에서 빼는 것이 "정말 이상한 일"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노딜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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