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폭언 들었다면 사내 핫라인에 신고하세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16일 시행 / 기업들, 사례 만들어 알리기 나서 / 경어 사용 권장… 고충처리위 신설 / 대표이사 직접 보고 등 대책 마련 / 일각선 “조직간 대화 단절될 수도”

세계일보

“야, 김 과장 이번 프로젝트 엎어진 거 어떻게 책임질 거야? 너 딱밤 맞아볼래?”

“삐∼(옐로카드 등장). 상대방에게 심리적 충격과 상처를 주는 언행은 개인의 자존감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기업의 가치까지 훼손시키게 됩니다.”

LG전자는 최근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을 이해하기 쉽도록 이런 내용의 웹툰을 제작해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존칭·경어 사용편’ ‘폭언 예방편’ 등 유형별로 분류한 웹툰은 괴롭힘으로 인정되는 사례와 바람직한 사례를 함께 보여준다. 이처럼 별도 웹툰을 제작한 것은 딱딱한 글로 형식적인 공지를 내보내는 것보다 직원들의 흥미와 이해를 더 높일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LG전자는 업무 중 폭언을 예방하기 위해 직원 간 존칭, 경어 사용도 권장하고 있다.

세계일보

오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대기업이 고용노동부의 지침에 따라 관련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영하는 등 사규를 개정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주체가 상급자, 동급 직원, 협력사 직원, 노조·비노조원 등을 아우르지만 대체로 상급자에 초점이 맞춰지는 만큼 기업들은 팀장 이상급 교육부터 서두르고 있다. CEO(최고경영자)도 예외 없다. 한진그룹은 조원태 회장을 포함한 전직원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괴롭힘 피해를 신속하게 알릴 수 있는 신고 접수처 및 고충처리 위원회 등도 속속 신설하고 직원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KT는 ‘헤아림 심리상담센터’와 온라인 ‘KT 119 직장내괴롭힘 상담소’를 신설해 접수채널을 다양화하고 부서별로 고충처리 상담원을 배치하기로 했다. LG전자는 CEO 직속조직인 정도경영 산하 윤리사무국에서 신고를 접수하고, 온라인과 전화로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은 기존에 고충처리위원회를 운영했지만 여기에 핫라인을 추가하고, 괴롭힘 사건 발생 시 기존처럼 사업장장이 아닌 대표이사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했다.

세계일보

기업별로 제도적 준비는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의 혼선이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괴롭힘 행위에 대한 모호한 정의’(45.5%), ‘참고사례 등 정보 부족’(37.2%), ‘괴롭힘 행위자의 처벌수위 기준 정립’(24.9%) 등이 꼽혔다.

한 유통기업은 “괴롭힘이라는 것이 폭언이나 폭행처럼 명백한 경우도 있지만 주관에 따라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고, 그러면 처벌이나 제재 수위 역시 정하기 어려워진다”며 “김영란법 시행 초기처럼 (다른 회사에서) 신고, 적발된 사례들을 참고하며 감을 잡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도입 취지가 조직원 간 대화 단절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은 “요즘 신입사원 대부분이 90년대생으로 60년대, 70년대생 팀장들과 세대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친목과 단합을 위해 가졌던 회식부터 많이 줄고 자연스럽게 하던 언행도 많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팀장들 입장에서는 업무 강요나 괴롭힘으로 오해받을까봐 말조차 꺼리게 되는 등 조직 내 소통이 단절될까봐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