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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기업 문화 변화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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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회식 강요, 왕따도 모두 신고·처벌 가능해져…직장인 96% 환영

“조직문화 개선, 근로자 대표 실질화 하는 등 후속 조치 중요”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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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오는 16일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며 직장 문화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직장내괴롭힘 방지법은 그동안 처벌할 수 없었던 막말, 왕따 등을 모두 ‘괴롭힘’으로 간주해 법으로 처벌토록 했다는 데 의의가 크다. 다수의 직장인들은 법이 시행되는 것만으로도 직장 갑질의 방패막이 생겼다고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일각에선 은밀한 괴롭힘을 입증하기 어렵고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법에서 규정한 직장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유형은 16가지로 요약된다. 주로 ▷개인사 소문내기 ▷음주·흡연·회식 강요 ▷욕설·폭언 ▷다른 사람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 못쓰게 하기 ▷지나친 감시 등이다.

앞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사건을 조사해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를 바꿔 주거나 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한다.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법조항이 없어 처벌하기 어려웠던 폭언, 모욕, 따돌림, 명예훼손 등을 신고·처벌할 수 있게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직장내 갑질문제로 고통 받는 직장인들이 많았지만 형법이나 노동조합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공식적으로 신고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법 시행으로 괴롭힘을 구체화하고 신고와 처벌 절차 등이 마련되면서 문제제기 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실제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287명을 대상으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찬반을 물은 결과 찬성이 96%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직장인들은 우리 사회에 직장내 갑질을 공식 신고·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직장내 폭력적인 문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찬성 이유 1위는 ‘갑질을 일삼는 무개념 상사들에게 경종을 울릴 기회’(42%)가 꼽혔다. 이어 ‘사내갑질이 줄어드는 데 일조할 것’(29%), ‘관련법안이 생기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28%)가 각각 2,3위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갑질을 신고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조치나 처벌이 내려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 법에는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신고한 피해자를 역으로 공격하거나 퇴사압박을 주는 2차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법률상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일단 조사에 나서야 하는데, 가해자가 자신을 조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갑질 방지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직장내 경직된 조직문화가 변화되고 약자들이 뭉칠 수 있는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이 해결되려면 관련 법제도, 한국 사회 군대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며 “특히 법을 피해 은밀하게, 은근히 괴롭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약자인 직장인들이 뭉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근로자 대표’ 실질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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