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기술 넘어갈까’ 대화 금지
"무역전쟁 관계없이 규제 안풀려"
지난달 11일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 2019 행사장에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로고가 걸려있다. 화웨이는 14일(현지시간) 미국내 자회사 인력 수백명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로이터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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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미국 자회사 인력을 대규모로 줄이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감원 대상은 텍사스, 캘리포니아, 워싱턴주의 화웨이 연구개발(R&D) 미국 자회사인 퓨처웨이 테크놀러지스 인력 850명 가운데 수백명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에서 18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화웨이는 미 전체로는 1500명이 일하고 있고, R&D 자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주로 지역 통신업체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판매하는 영업직원들이다.
화웨이 미국 R&D 부문 인력감축은 5월16일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수출금지기업 명단에 올린데 따른 것이다. 이 조처로 화웨이 R&D 직원들은 중국 본사 직원들과 대화하는 것이 금지됐다.
수출금지 규정에 따라 퓨처웨이의 R&D는 미국 기반 기술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에이킨 검프의 케빈 울프 파트너는 이 규정에 따르면 "미국내 그 어떤 사람이건, 어떤 종류의 기술도 허가를 받지 않으면 화웨이에 넘기는 것이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 미국내 자회사인 퓨처웨이 직원들이 중국내 직원들과 대화를 하게 되면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술이 화웨이 중국본사로 넘어가는 것과 같다는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아예 대화가 금지됐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직원들은 해고 통지를 받았고, 중국 직원들 일부에게는 해고되거나 아니면 중국 화웨이로 복귀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국에서 110억달러어치를 사들였던 화웨이가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은 지난달 말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뒤 미국이 화웨이 규제를 일부 해제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그다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은 무역협상 재개 전제조건으로 화웨이 규제를 풀 것을 미국에 요구했고, 미국이 이에따라 일부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 9일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상무부가 화웨이 공급업체들에 안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품목에 한 해 수출허가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고,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기업들에 수출허가 신청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2년 의회 보고서에서 화웨이가 미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오랫동안 화웨이 규제를 준비해 온 터라 무역전쟁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미국 시장에서 배제될 전망이다. 화웨이도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미 R&D 부문 축소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휴대폰 업체인 화웨이는 수출금지 기업 명단에 오른 것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2가지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고 있다.
미 당국은 화웨이가 지적재산권을 탈취하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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