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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직장 괴롭힘 방지법' 1호 진정서 MBC 계약직 아나운서 "일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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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청 앞에서 이 법에 근거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시행에 들어간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른 첫 진정 사건이 언론계를 통해 나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법원에서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지난 5월 회사에 복귀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사내 전산망 접속 및 업무 배제 등을 당했다며 16일 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 사업장으로 MBC를 신고했다.

2016년~2017년 MBC 입사 후 계약 만료로 퇴사했다가 법원 판단으로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은 아나운서 7명은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이날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해당 아나운서들은 법률대리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오전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뒤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휴먼은 “법원에서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보전했는데도 MBC가 이들을 업무에서 격리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소송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MBC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안 해줘서 고용청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아나운서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입사했다. (진정 건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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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된 16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중구 서울고용청 앞에서 이 법에 근거한 진정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주원 아나운서는 회견에서 “회사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을 되찾고 회사와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고, 우리의 부당한 상황을 사회에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라며 “만약 오늘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없었다면 저희도 지금 겪고 있는 이 부당함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회사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조항 중 16가지 조항 중 3가지에 해당한다고 봤다. ▲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에서 차별 ▲ 일을 거의 주지 않음 ▲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 집단 따돌림 등을 세부 근거로 들었다. 이 같은 조항들을 위반하면 대표이사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5월 아나운서들에 대한 근로자 지위 보전 결정을 인용 판결 했다. 이에 아나운서 7명은 같은 달 27일부터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으로 출근 중이다. 3월 MBC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올해 1월 ‘부당해고’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보전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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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12층 콘텐츠사업국 안에 별도로 마련된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사무실. 법률사무소 휴먼 제공


앞서 중노위는 ▲채용공고문에 정규직 전환 가능성을 기재한 점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채용시험을 치르고 급여를 준 점 ▲지상파 3사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채용한 전례가 없었던 점 ▲아나운서 국장 등이 수차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점 등을 근거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회사와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충분히 기대할 만한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존 아나운서 업무 공간인 9층에서 12층으로 격리됐으며,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내 전산망에서도 차단당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30일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인사팀과 아나운서 국장은 이들에게 “아나운서 업무 배정 계획이 없다”고 통보했는데, 행정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업무를 줄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MBC는 이날 진정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MBC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과 서울서부지법의 근로자 지위 임시 보전 결정에 불복해 법적 다툼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갈등은 사법부에서 해고 무효 여부를 최종 판단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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