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이 힘을 합쳐 OTT 시장 공략에 나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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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푹(POOQ)’과 ‘옥수수(oksusu)’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비스 운영 주체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은 9월까지 통합법인 웨이브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웨이브의 지분은 지상파 3사가 70%, SK텔레콤이 30%를 보유한다.
웨이브는 SK텔레콤(017670)OTT 옥수수(950만명), 지상파 3사 OTT 푹(300만명)이 합쳐져 외형상 국내에서 최대 가입자 규모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출범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국내 가입자 규모는 184만명 수준이다.
웨이브는 최근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서비스에 맞설 토종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도 양측의 자본과 콘텐츠를 합쳐 국산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유통망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까지 공략한다는 취지로 합병을 결정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해 OTT 업계의 ‘라인’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글로벌 사업자들과의 대등한 경쟁을 위해 서비스 규모를 키우고 해외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차원에서의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 웨이브의 ‘계륵’(鷄肋)인 ‘CJ ENM’과 ‘오리지널 콘텐츠’
웨이브가 시장에서 존재감을 보이기 위해서는 우선 경쟁력 있는 한류 콘텐츠를 확보해야하는 과제를 풀어야한다. 국내 안방 시장을 사로잡은 것을 넘어 다양한 한류 콘텐츠를 생산 중인 CJ ENM(035760)이 웨이브에 콘텐츠 공급을 안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CJ ENM 관계자는 "통합 OTT 법인이 출범하기까지 시간이 남아있고 콘텐츠 계약 관련 공문도 아직 받지 않은 상황으로, 콘텐츠를 공급할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CJ ENM이 웨이브와 경쟁관계가 될 자체 OTT 티빙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CJ ENM은 푹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티빙도 지상파 콘텐츠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그동안 CJ ENM은 이해 관계가 크게 상충하지 않던 SK텔레콤의 옥수수에는 콘텐츠를 공급해왔다.
공정위는 푹과 옥수수의 합병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경쟁 OTT에도 지상파 콘텐츠 공급’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티빙이 지상파 콘텐츠를 다시 받게 된다면 웨이브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이 경우 웨이브가 국내 시장을 독점하는 영향력을 보여주기 힘들고, 이는 CJ ENM이 웨이브에 콘텐츠를 공급할 필요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CJ ENM tvN에서 2018년 7월부터 9월까지 방영한 미스터션샤인은 최고 시청률 18.1%를 기록했다. /스튜디오드래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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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 운영 채널인 tvN, OCN 등의 콘텐츠는 지상파 콘텐츠를 뛰어넘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실제 방통위에 따르면 지난해 CJ ENM 시청 점유율은 MBC를 제치고 KBS에 이어 2위에 올라섰다. 웨이브가 CJ ENM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면 국내 시장 장악도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오리지널(자체제작) 콘텐츠 투자와 관련 넷플릭스와의 격차 해소도 과제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커지며 미디어 플랫폼의 핵심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OTT는 결국 콘텐츠가 핵심으로 최근 넷플릭스뿐 아니라 디즈니, HBO 등도 자체 콘텐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며 "통합 법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에 대항할만한 자체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냐가 숙제일 것"이라고 했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해 SK증권PE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통합법인이 당초 조달하려던 1조원에는 크게 못미친다.
IPTV 업계 관계자는 "푹-옥수수 합병법인은 한국과 동남아 시장 타겟으로 자체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나선다는 계획인데, 돈을 투자해서 대작을 만든다해도 몇개국 사람들이 보는 것만으로는 넷플릭스 대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OTT 업계 한 관계자도 "아스달 연대기의 경우 50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다"며 "대작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최소 200~300억원이 들텐데 2000억원의 한정된 비용만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주력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넷플릭스도 오리지널 콘텐츠 10개를 만들면 그 중 1~2개만이 성공할 만큼 리스크가 큰 만큼 웨이브 입장에서도 당장 제작보다는 유통에 주력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콘텐츠연합플랫폼이 위치한 서울 상암 SBS 프리즘타워 전경.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
◇ 이해관계 다른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직원들 간 유대감 ‘관건’
마지막은 웨이브의 SK텔레콤 인력과 지상파 3사 인력 간 화학적 결합이 순조롭게 이뤄지느냐다.
합병법인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초기 성과가 지지부진 할 시 파견 인력들이 다시 모회사로 빠르게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직원들 간 유대감 형성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SK텔레콤에서는 합병 법인에 최고재무담당임원(CFO)과 마케팅 부문 등 소수 인원만을 파견한 정도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미디어 시장에서의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것도 인력의 융합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콘텐츠연합플랫폼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 당장 견주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통해 국내 시장에서는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국가와 지역별 시장 상황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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