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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업무폰’ 4개월 요금제 만들라고? 이통사ㆍ교사들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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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의 사생활 보호와 과중한 업무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사용 업무폰이 서울시의회의 예산 삭감으로 ‘4개월 시한부 폰’이 돼버렸다. 고작 4개월짜리 요금제를 따로 만들어 스마트폰까지 무료 제공해야 하는 이동통신 3사는 부정적 반응이고, 일과 휴식의 균형(워라밸)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교사들도 황당해 하고 있다.

17일 서울시교육청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당초 교육청이 이통사들과 논의한 교사용 업무폰 시범사업은 교사들에게 학생 및 학부모들과 통화하고 문자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는 업무용 휴대폰을 따로 지급하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업무용 휴대폰은 교사들이 퇴근할 때 학교에 놓고 가도록 해 일과 후 통화와 문자 메시지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의 개인 휴대폰 번호를 노출하지 않아도 돼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다. 특히 여교사들은 휴대폰 번호가 노출돼 불편을 겪기도 한다. 서울 A고의 강 모(33) 여교사는 “일부 남학생들은 학업과 상관없는 불편한 내용의 문자나 전화를 하기도 한다”며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무시하거나 학교에 알릴 수 없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교사들은 교실에서 와이파이 접속이 안돼 개인 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만큼 교사들로서는 통신비 부담이 컸다.

이에 시교육청은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각급 학교 담임교사 2,800명을 선정해 9월부터 2년 약정으로 업무용 휴대폰을 무상 지급하는 내용의 시범 사업을 이통사들과 협의했다. 대신 이통사들은 일반 요금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만들어 교사 1인당 월 2만2,000원의 이용료를 교육청에서 받고 스마트폰 무료 지급과 LTE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기로 했다. 사업에 필요한 전체 예산은 2년에 걸쳐 총 15억원이다.

시교육청은 우선 올해 2학기 6개월치 예산 3억8,000만원을 추가 경정 예산으로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심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시의회는 방학 기간 두 달을 뺀 4개월만 운영해본 뒤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거쳐 결과가 좋으면 지속 여부를 결정하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예산을 2억5,000만원으로 삭감했다.

단서 조항을 붙인 이유는 일부 학부모들이 방과 후 교사와 연락되지 않으면 불편하게 여겨 업무폰 도입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모 대상 만족도 조사만 반영하면 업무폰 사업을 지속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교육청은 교사들의 만족도 조사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의회에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선 교사들과 교원 단체들은 “시 의원들이 학부모들만 신경 쓴다”며 “교사도 휴식이 필요한데 밤낮없이 일만 하라는 거냐”고 반발했다.

당장 이통사들은 시교육청을 위해 4개월짜리 시한부 요금제를 따로 만들어야 하는데 실익이 없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4개월만 사용하는 가입자를 위해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고 데이터까지 무제한 제공할 수는 없다”며 “2년 약정 할인을 적용할 수 없어 1인당 월 이용료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삭감된 예산 만큼 적용 인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2년 약정이 보장되지 않아 1인당 월 이용료가 올라가면 시범 대상 교사 숫자를 줄여야 한다”며 “교사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인데 제대로 시행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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