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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방한 스틸웰의 발언, engage와 encourage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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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만난 뒤 “모든 이슈 관여”

윤상현 만나선 “한·일 대화 격려”

윤 “미국 중재 역할 못한다 밝혀”

중앙일보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운데)가 18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볼턴 보좌관의 방한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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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방한 일정을 마치고 18일 출국한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상황을 깊게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중재(mediate)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전했다. 윤 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17일 저녁 스틸웰 차관보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한·일 관계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들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스틸웰 차관보는 ‘미국이 어느 한 편을 들 수는 없다. 한 편을 들면 한 편을 잃는다. 그 때문에 (한국과 일본) 두 친구가 서로 이 문제를 대화로 풀 수 있게끔 격려(encourage)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잇따라 만났다. 김 차장을 만난 뒤 “우리는 동맹이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관련된 모든 이슈에 관여(engage)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 예방 후에도 “양국의 노력을 지원하는 데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겠다”고 말했다. 그 때문에 미국이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격화한 한·일 갈등의 중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윤 위원장은 “스틸웰 차관보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의 입장은 정확히 똑같았다”고 전했다. 지난 12일 윤 위원장은 “해리스 대사가 비공개 면담에서 ‘지금은 미국이 개입할 상황이 아니며, 한·일이 해결할 공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스틸웰 차관보가 한·일 대화를 위한 양국과 미국의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 ‘그게 중재 역할’이라고 했더니 ‘아니다. 그건 아니다’고 했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정부 당국자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정치인과의 독대에서 속내를 더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외교적으론 encourage와 engage를 혼용하는 경향이 있어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란 반론도 있다.

한편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한·미, 한·일 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과 필수성에 관한 하원의 인식을 표명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 발표 이래 미 의회 차원의 첫 공식 개입이다. 결의안은 “두 나라와의 양자 동맹과 한·미·일 3국 협력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포함해 동북아 지역의 평화, 안보 및 번영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하고 번영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개방적·포괄적 구축을 위해 건설적·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면서 공조 복원을 촉구하는 의미다.

하원 외교위 소속 의회 내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럴드 코놀리 의원은 “결의안은 한·일 관계의 손상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라며 “중국의 공세적 확장을 고려할 때 한·일 관계에 균열이 생겨서는 안 될 때”라고 말했다.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세미나에서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난 이재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정부는 한·일 양국이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하면서도, 글로벌 반도체 공급 체인에 실제 문제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악화하면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성지원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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