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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금리 내릴 여력이 점점 말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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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2%로 내렸다. 달성하더라도 금융위기 때인 2009년(0.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향 조정한 이유는 수출과 투자 부진이다. 특히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5.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가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소비가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또한 1.1%에서 0.7%로 내렸다.

하나같이 심각한 수치뿐이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처방도 내놨다.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내렸다. 그래도 시장은 불안해한다. 이 정도 금리 인하로는 제대로 된 경기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미국의 동향이 문제다. 그러지 않아도 지금 미국의 기준금리(2.25~2.5%)가 한국보다 높다. 자칫 높은 금리를 좇아 외국 자본이 한국에서 썰물을 이룰 수 있다. 그러면 한국 금융시장이 흔들린다. 물론 당장 그런 일은 없을 터다. 미국도 곧 금리를 내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에 불이 붙어 다시 금리를 올릴 땐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미국에 앞서 한국 경제가 일어서야 한다. 하지만 녹록지 않다. 한국은 지금 투자가 얼어붙었다. 고용은 나랏돈을 쏟아 만든 임시 일자리에 기대어 근근이 연명하는 처지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확대되면 성장률이 0.8%포인트 더 떨어진다는 관측도 있다. 반면에 미국은 50년 만의 최저실업률을 구가하고 있다. 주가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연신 새로 쓰고 있다. 그런데도 금리를 내리겠다고 한다. 불안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조치다. 약발도 더 잘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한국에 앞서 금리를 되올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번지는 이유다.

그래서 지금 한국엔 성장의 가속페달이 필요하다. 정부도 혁신성장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말뿐인 듯하다. 세계가 다 하는 차량·승차 공유부터 혁신과는 거리가 먼 결론이 났다. 기존 택시업체처럼 택시면허와 차량이 있어야만 운송사업이 가능케 함으로써 ‘혁신의 싹’인 벤처가 뛰어들 길을 원천 봉쇄하다시피 했다. 혁신의 원동력인 연구소는 주 52시간 근로에 묶여 오후 6시면 컴퓨터가 꺼진다. 외국 경쟁사가 한발 앞서 특허를 내면 그만인 판에, 이래서야 어떻게 혁신할 추진력을 얻겠는가.

한국의 혁신은 이렇게 규제에 단단히 발목을 잡혔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규제의 정글에 갇혀 일을 시작하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로 코미디 상황”이라고 했을까. 일자리 상황판만 챙길 게 아니다. 규제개혁 현황판을 만들어 실적이 부진한 장관은 문책할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은 경기 부진에 대응해 금리를 조절할 여력마저 잃을 처지다. 바로 지금, 규제 혁신의 성패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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