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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李총리 "풍찬노숙 독립운동하며 자료 챙겼겠나, 유공자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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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허위 선생 후손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

뉴스1

이낙연 총리가 왕산 허위 선생의 손자인 허 게오르기 씨와 가족들을 초청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 세르게이, 허 블라디슬라브, 이 총리, 허 게오르기, 허 블라디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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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뉴스1) 김현철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왕산(旺山) 허위 선생의 후손들과 만나 독립유공자 인정 과정을 유연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독립유공자들이 증빙자료를 챙기면서 투쟁을 했을리 없는데 유공자 인정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가 불필요하게 많다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을 순방 중인 이 총리는 18일(현지시간) 수도 비슈케크에서 허위 선생의 손자 허 게오르기와 가족, 허 블라디슬라브를 만나 "여기저기 구름처럼 떠돌아다니며 목숨걸고 독립운동한 분에게 어떻게 완벽한 자료, 기록을 요구한단 말인가. 그건 지나친 것"이라고 밝혔다.

왕산은 구한말 의병장으로서 항일운동을 주도하다 경성감옥(현 서대문형무소)의 제1호 사형수가 됐다. 이후 후손들은 조선에서 만주로, 만주에서 연해주로 도피했다. 허위 선생의 아들인 허국의 가족들은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1960년대부터 키르기스스탄에 정착했다. 아버지의 노력으로 조국은 해방됐지만 후손들은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총리는 "독립유공자들이 풍찬노숙하고 다녔는데 어떻게 기록을 남기고 다녔겠느냐"며 "충분히 추정이 가능한 정도면 독립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3·1운동의 상징적 독립운동가인 유관순 열사가 최근 건국훈장 1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받은 것도 과거의 기준을 완화한 것이었다. 유관순 열사가 그동안 3등급인 독립장을 받은 것에 대해 공적에 비해 낮은 등급의 서훈이 수여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총리는 "허위 선생 같은 분들의 희생이 계셨길래 그나마 해방을 맞고 이만큼이나 살게 됐는데 그런분들의 후손은 제대로 모시고 있지 못해서 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이라며 "할아버님께서 꿈꾸시던 독립조국은 갈라진 조국이 아니었을텐데 후손이 못나서 갈라져 있지만 일단 평화를 정착시켜 가면서 우리 세대가 아니면 다음 세대라도 꼭 하나가 되도록 그 기반이라도 닦아 놓는 것이 저희 세대의 할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 게오르기씨는 "중앙아시아 살고 있는 모든 고려인은 조국의 통일을 염원하고 있다. 조국 통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다"며 빨리 통일이 되길 기원했다.

허 블라디슬라브씨는 "통일이 돼어야만 진정한 독립운동이 끝을 맺는 것"이라며 "과업을 완료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여전히 독립운동 중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에 이 총리는 "'정부는 지금 뭘하고 있는가'하는 자책감을 많이 갖는다. 저희의 크나큰 숙제"라며 "특히 올해가 3·1운동 100주년 기념이라 여러 행사를 많이 하는데 어떤 젊은 사진작가가 자기 돈 들여 '해외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지금은 어떻게 사시는가, 독립유공자 독립지사들이 지금 어떻게 묻혀 계시는가' 사진을 찍은 전시회를 가장 가슴 아프게 봤다"고 안타까워 했다.
honestly8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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