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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죽기에 충분한 나이는 패배 아닌 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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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인간의 무병장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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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더 젊게 살고 싶어 한다. 이런 욕망에 부응하듯 현대사회에서 의료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헬스케어 산업은 빠르게 성장했다. 예방차원의 건강검진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코스가 됐고, 철저한 식단관리와 꾸준한 운동은 현대인의 뛰어난 능력이자 올바른 윤리로까지 평가된다. 질병과 노화, 죽음을 꺼려하는 현대사회의 ‘건강 열풍’은 정말 우리의 무병장수의 꿈을 실현시켜 줄 수 있을까. 오히려 새로운 병을 찾아내고, 인간의 몸을 도구화하고, 생로병사라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은 아닐까.

‘긍정의 배신’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등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맹목적으로 옳다고 믿어왔던 것들을 뒤집고 쓰디쓴 현실을 고발했던 미국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이번에는 무병장수를 향한 인간의 헛된 믿음을 신랄하게 까발렸다. 저자는 죽기에 충분한 나이가 된다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성취이며, 그것이 가져다 주는 자유는 축하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죽음을 금기하는 한국 독자들이라면 질색할 독설이지만, 역설적으로 책은 인간의 유한한 삶에 대한 위로와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영원한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릴수록 남은 삶이 더 소중하고 건강해진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일보

건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ㆍ조영 옮김

부키 발행ㆍ292쪽ㆍ1만6,000원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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