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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日 대응 예산으로 '나라 비상금'인 예비비도 증액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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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조정 소위원회를 김재원 위원장이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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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경안 심사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나라의 비상금'인 예비비를 늘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위기상황이 심화될 경우를 대비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여지를 벌어두겠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재원이 있음에도 불구, 예비비를 늘리는 것은 '정치적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예산결산위원회 추가경정예산등 조정소위원회에 제출된 회의 자료에 따르면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목적예비비 용도에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추가하고, 예산액을 기존 1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3000억원을 증액하는 안을 제출했다. 이 안에 따르면 총 예비비는 기존 3조원에서 3조30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나라의 비상금이라고 볼 수 있는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을 위해 미리 충당하는 예산이다. 그중에서도 목적예비비는 △재해대책비 △인건비 △환율상승에 따른 원화부족액 보전 △의무지출미지급금 △규제자유특구관련사업 △산업고용위기지역 △소방안전교부세 등의 목적으로 편성된다. 즉, 정부는 특정 사유가 발생할 경우 예산총칙에 명시함으로써 목적예비비를 편성할 수 있다.

목적예비비에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이라는 명목을 추가해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일본 수출 규제 사안을 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와 국회가 사안이 긴급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예비비 증액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늘어난 예비비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긴급 자금 수혈이나 이번 조치로 위기에 빠진 산업·기업을 위한 융자, 저금리대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예비비 증액은 보여주기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본예산의 예비비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목적예비비 명목으로 또 다시 증액하는 것은 정치적 '퍼포먼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사용할 수 있는 예비비는 일반예비비 1조2000억원, 목적예비비 1조8000억원을 더해 총 3조원 가량이다. 정 소장은 "이번 사태를 경제위기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일반예비비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한일 관계가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해결될 여지도 있는 상황"이라며 "항목이나 구체적 투입액을 정하지 않는 예비비를 지금 증액하는 것은 재정의 과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본예산의 일반예비비를 활용하거나 정말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정식적으로 다시 추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당정의 무차별적 예산 증액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아무리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위급한 사안이라지만, 구체적인 사업 내역이나 사업별 소요 예산액, 집행 계획 등은 생략하고 증액 규모만 마구잡이로 제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17일 열린 추경예산등 조정소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수출규제 추경에 대해 각 부처에서 만들어온 안을 훑어본 바, 어떻게 하면 정말 이런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원칙과 기준, 타임테이블, 기대효과가 좀 미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결위 소속 야당 관계자는 "예결소위가 열리기 전날까지도 일본 규제 조치와 관련해 총액이 얼마나 증액되는지, 어떤 사업에서 얼마나 필요한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정부 부처에 물어봐도 저마다 제각기의 대답을 내놔 답답할 따름이었다"고 토로했다. 예결소위 회의자료에 명시된 일본 수출 조치와 관련 증액 규모는 목적예비비 증액 3000억원과 소재·부품 기술개발(R&D) 2500억원 등 총 5500억원이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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