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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33명 숨진 '쿄애니' 대참사, 인명피해 커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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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전 발생한 ‘교토 애니메이션(쿄애니)’ 스튜디오 방화 사건으로 최소 33명이 목숨을 잃었다(19일 오전 11시 기준). 이번 화재는 2001년 9월 도쿄 신주쿠(新宿) 가부키초(歌舞伎町)의 한 상가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44명이 사망한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로 남게 됐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검거됐으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 범행 동기 등에 관한 경찰 조사에 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전소된 3층 건물의 현장 검증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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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8일 일본 교토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뿌연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NHK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 30분쯤 41세 간토(關東) 지역 거주 남성이 교토시 후시미(伏見)구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제1스튜디오 건물에서 방화를 저지른 후 약 100m 떨어진 인근 지하철역으로 도주하던 중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은 면허증 등으로 용의자의 나이와 주소 등 기본 정보를 입수했지만, 범행 동기는 밝히지 못한 상황이다. 용의자가 다리·가슴 등에 큰 화상을 입고 의식 불명 상태에 빠져 경찰 조사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용의자는 교토애니메이션에서 근무했던 경력자는 아니다"라고만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그가 방화 전후 "표절이나 하는 주제에" "죽어라" "라이터로 불 붙였다"라는 말을 외쳤다며 회사에 대한 불만 때문에 방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NHK는 목격자의 발언을 인용해 "용의자가 경찰에게 ‘표절이나 하고!’라고 외치며 성난 표정으로 잡혀갔다. 작품 내용과 관련해 불만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타 히데아키 교토 애니메이션 사장은 "몇 년 전부터 여러 차례 살인 협박 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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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8일 일본 교토의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건물에서 소방관들이 화재를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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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화재 당시 건물에 있었던 직원과 방문객 총 74명 중 33명이 사망했고 3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NHK는 "사망자 대부분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피해 규모는 왜 그렇게 컸던 것일까.

화재가 발생한 오전 10시 30분쯤에는 정시(9시) 출근 한 직원들이 자리에 앉아 업무에 몰두하고 있었다. NHK는 교토 애니메이션에서 과거에 근무했던 남성의 말을 인용해 "통상 각 층에 10~20명 정도가 근무한다"며 "직원들은 9시 전후에 모두 출근해 (사건이 발생한) 10시 반쯤에는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업무 특성상 (불이 붙기 쉬운) 종이가 많이 쌓여있다"고 전했다. 화재 전문가도 "현장에는 종이 문서 등 불에 타기 쉬운 물건이 많아 단시간에 불이 번졌고 피하기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외부인 출입이 용이했던 점도 문제였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튜디오 접수 업무 관계자는 경찰 조사에서 "한 남자가 1층 정면 입구로 들어와 ‘뭐지?’라고 생각하던 차에 폭발음이 들렸다"고 증언했다. 용의자는 방화 30여 분 전에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40L를 구매한 후 별다른 제지 없이 스튜디오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스튜디오 1층 문은 낮에는 따로 잠금 장치를 해두지 않아 외부인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은 직원들이 주로 있었던 2, 3층 애니메이션 제작실까지 빠르게 번졌다. NHK가 입수한 스튜디오 도면에 따르면 직사각형 모양의 사무실 내부는 칸막이나 벽으로 나뉘지 않은 열린 공간으로, 1~3층부터 옥상까지 나선형으로 이어진 계단이 단 한 개 있었다. 하세가와 유지 와세다대 교수는 NHK 인터뷰에서 "밀폐된 빌딩 등 공기가 가득 찬 공간에서 휘발성이 높은 물질이 불과 붙으면 순식간에 폭발성 화재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33명의 사망자 대부분은 진화가 완료된 후 건물 내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시신은 주로 2층 창문 근처, 3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부근에 몰려 있었다. 대부분 1층에서 시작된 불길과 연기를 피하기 위해 옥상으로 향했으나, 끝내 목숨을 잃은 것이다. NHK는 "3층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문은 닫혀있었다"며 "(옥상 밖으로 나가기 전) 계단에 사망자들의 시신이 겹쳐있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층 창문을 통해 급하게 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건물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받아내 구조했다. 건물 외벽 부착물에 위태롭게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였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밖으로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계단을 이용해 옥상으로 대피하다가 변을 당했다고 전했다.

교토애니메이션은 1981년 설립됐으며 본사는 교토부 우지(宇治)시에 있다. 총 직원 수는 160여 명이며 화재가 난 제1스튜디오는 2008년 완공됐다. 하청 제작업체로 출발해 게임이나 소설 등 이미 원작이 있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재가공해 내놓고 있다.

대표작은 베스트셀러 연애소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원작으로 만든 동명 TV 애니메이션이다. 이 작품은 2006년 4∼7월 방영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3년 발표해 화제를 모은 ‘풀 메탈 패닉!’도 동명 연애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들어진 작품이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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