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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규제 성토장 된 제주포럼…김창경 前 차관, “한국만 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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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갈라파고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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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이 19일 제주포럼에서 ‘딥체인지, 세상을 바꾸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제주 =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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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규제의 갈라파고스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또 쏟아졌다. 한국의 규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이 각계각층으로 퍼지고 있다는 증거다.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활로를 찾기 위해 대한상공회의소가 매년 개최하는 '제44회 제주포럼'에서 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은 19일 개막 3일차 강연의 문을 열었다.

‘딥체인지, 세상을 바꾸다’를 주제로 1시간 동안 강연한 김창경 전 차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 현황과 미래 전망을 제시했다.



미국은 아무나 편의점서 사는데 한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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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회 제주포럼에서 강연하는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 [사진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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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정용 유전자검사(DTC·Direct To Customer) 사례를 거론했다. DTC는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 기업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하고 진단하는 서비스다.

해외에서는 DTC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다수다. 미국 DTC 시장 업계 1위 업체인 앤세스트리디엔에이(AncestryDNA)는 유전자검사를 통해 조상을 분석해주는 서비스 사업으로 연매출 1조원을 기록했다.

김창경 전 차관도 제주포럼에서 이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또 다른 기업인 23앤미(23andme)을 소개했다. 이 회사는 199달러(23만3000원)를 지불하면 구입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키트에 침을 뱉어서 발송하면, 알츠하이머·파킨슨병 등 36가지 질환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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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은 미국 기업 사례를 거론하며 한국의 규제를 비판했다. 제주 =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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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경 전 차관은 “미국에서는 정부 허락 없이도 온라인·편의점 어디서든 유전자검사키트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다”며 “심지어 지난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에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에서 유전자검사키트가 전체 쇼핑몰 판매순위 5위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23앤미가 판매하는 유전자검사키트 구입이 불법이다”는 것이 김 전 차관의 설명이다. 미국 기업인 23앤미의 유전자검사키트가 제공하는 서비스 규모가 한국 규제 수준을 벗어나있어서다. 보건복지부는 혈당·혈압·피부노화·체질량지수 등 12개 검사항목과 관련이 있는 46개 유전자만 DTC 서비스를 허용한다.

때문에 국내 DTC 기업들은 규제를 풀어달라며 지난 2월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샌드박스(sandbox)를 신청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모래밭에서 노는 아이들처럼, 신기술·서비스가 규제에 구애받지 않고 시장에 조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규제특례심의회는 기존 12개 검사항목과 더불어, 고혈압·뇌졸중·대장암·위암 등 13개 질환에 대한 유전자검사 실증을 허용했다. 하지만 DTC 업계는 일부 항목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하지 말아야 하는 행위만 선택적으로 나열하는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유전자 검사 항목을 12개에서 120여개로 확대하는 방안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창경 “실효성도 없는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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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제주포럼에서 강연하는 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제주 =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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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실효성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창경 전 차관은 “홍콩이나 미국, 일본에 방문하면 누구나 23앤미의 유전자검사키트를 구입할 수 있다”며 “3000만명이 외국을 방문하는 시대에 실효성이 부족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올해 제주포럼 개막식에서 정부 규제를 비판했다. 박용만 회장은 “규제의 ‘덫’이 기업인의 발목을 옭아맨다”며 “젊은 기업인들이 규제 때문에 애로를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성세대가 잘못해서 놓은 덫이 그들의 발목을 옭아매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규제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라는 장치가 사라지면 우리 사회가 대혼란(total chaos)에 빠진다는 공포가 저변에 깔려있다”며 “때문에 그간 입법 관행은 부작용을 미리 예상하고 이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규제 OUT’ 레드카드 꺼낸 박용만 회장

제주=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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