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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플로리다 해안도시의 노숙자 특단 대책은 ‘아기 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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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시, 노숙자 쫓기 위해 / 동요 '아기상어'·'레이닝 타코' 크게 틀어 / "계속 들으면 짜증 나기 때문" / "노숙자에게 잔인한 처사" 비판도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시가 해안가에서 노숙자들을 쫓아내기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동요 ‘아기 상어’(Baby Shark)를 들고 나와 주목받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시 관계자들은 시가 소유하고 있는 임대 시설에서 노숙자들을 내보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동요 ‘아기 상어’와 ‘레이닝 타코’(Raining Tacos)를 크게 트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끈 이 ‘극한 반복’의 동요들을 밤새도록 해안가에서 무한 반복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일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동요 ‘아기 상어’. 출처=BBC 캡처


키스 제임스 웨스트팜비치 시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책에 대해 도시 해안 공간으로부터 노숙자들을 막기 위한 임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시장은 최근 몇 주 동안 인분과 같은 “불쾌한 잔재”들을 해안가 호수 공연장 입구 주변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애써 번 돈을 내면 그들은 그들이 지불한 시설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지역을 “아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정 동요가 선택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노래들을 계속해서 듣게 되면 상당히 짜증 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노숙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조치에 대해 반대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잔인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노숙자와 빈곤층을 위해 국가법률센터를 설립해 운영 중인 마리아 포스카니스는 “이 사람들(노숙자들)은 이미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으며, 이번 조치는 이들의 삶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음악이 누군가를 억제하려는 수단으로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3년 전 웨스트팜비치 인근 레이크워스비치 관계자들도 클래식 음악을 이용해 마약 상인들과 노숙자들을 쫓아내려 했다.

포스카니스는 “이 사람들을 더 비참하게 만들어서 쫓아내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진정한 대안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시장에 따르면 웨스트팜비치에는 약 354명의 노숙자가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24% 감소한 수치다. BBC는 플로리다주에 살고 있는 노숙자들은 약 3만1030명에 이르며, 이는 전국 전체 노숙자의 6%에 못 미친다고 전했다.

임국정 기자 24hou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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