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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해운업계, 환경규제 대응 분주…비싼 저유황유 대신 저감장치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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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앞두고 해운업계가 분주해지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면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운항하는 선박은 연료유에 포함된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 이하로 낮춰야 한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저유황유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쓰거나 스크러버(오염물질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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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 SM퓨마호에 스크러버를 설치한 뒤 새로 제작된 굴뚝이 탑재된 모습. /대한해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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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글로벌 해운사들은 스크러버를 장착할 경우 설치비 50억~100억원을 투자해야 할 뿐 아니라 설치기간 동안 선박을 운영할 수 없다는 단점 등을 고려해 저유황유를 선택했다. 하지만 일반 연료유보다 가격이 2배가량 비싼 저유황유 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005880)은 포스코 장기운송계약 선박 2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고 있다. 한 척은 스크러버를 설치한 뒤 시운전을 마쳤고, 나머지 한 척은 조선소에서 스크러버를 설치 중이다. 포스코는 대한해운 뿐 아니라 팬오션, 폴라리스쉬핑 등 다른 선사들이 운영하는 선박 20척에 대해 스크러버를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도 내년 2분기 도입을 목표로 건조 중인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12척과 1만5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8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에 스크러버를 설치하기로 했다. 세계 1위 머스크라인은 스크러버를 쓰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고 스크러버 설치 예산을 늘리고 있다. 세계 2위 MSC도 선박 120척에 스크러버를 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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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미스호에 설치된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 /설성인 기자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선사가 늘어나는 이유로는 저유황유의 비싼 가격 등이 꼽힌다. 황 함유량이 0.5% 이하인 저유황유 가격은 1t당 550~600달러 수준으로 3.5% 이상인 고유황유 가격(1t당 350~400달러)과 비교해 40%가량 비싸다. 전 세계 선박의 90%가 저유황유를 선택했기 때문에 내년 1월 규제가 본격화되면 저유황유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저유황유와 고유황유 가격 차이가 현재 200달러에서 400달러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노르쉬핑(Nor-Shipping) 2019에 나타난 해외 및 국내 조선산업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규제가 임박한 상황에도 저유황유 연료에 대해 선사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격년으로 개최되는 노르쉬핑은 세계 2대 해사박람회로 꼽힌다.

보고서는 선사들은 저유황유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비교적 싼 혼합유를 쓰는 방법을 기대하고 있지만, 혼합유가 화학적 특성으로 엔진에 문제를 일으키고 선박 수명을 단축시키는 등 문제가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연료유와 윤활유를 함께 쓰는 방법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선사들은 스크러버 설치비를 아끼기 위해 저유황유를 선택했지만, 혼합유 또는 연료유와 윤활유를 조합해 쓰는 방법에 대한 검증이 끝날 때까지 고가의 저유황유를 쓸 수밖에 없다.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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