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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파기 논란 휩싸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가 뭐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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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5월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동해상에서 진행된 북한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 조선중앙통신이 5월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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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GSOMIA의 체결 배경과 의미에 대해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 실장은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지금은 (GSOMIA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가 이어진다면 이에 대한 대응으로 GSOMIA 파기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일 간 경제갈등이 안보 협력 문제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GSOMIA는 군사분야에 관해 우리가 일본과 체결한 유일한 협정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북한군, 북한 사회 동향, 북핵·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을 공유하기 위해 체결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부터 검토됐지만 '밀실 추진' 논란이 일면서 서명식 50분 전에 체결을 연기하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하는 일이 불거졌다. 협정 체결 이후 한국은 이 협정에 따라 탈북자나 북·중 접경지역의 인적 네트워크(휴민트), 군사분계선 일대의 감청수단 등을 통해 수집한 대북 정보를 일본 측과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북한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이나 핵에 관한 기술 제원 분석 자료를 한국에 제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주요 잠수함 기지 동향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분석자료도 일본의 정보 제공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정보수집 위성 5기,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의 다양한 정보 자산을 통해 수집한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가 한국 측에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GSOMIA는 체결 당시 현재의 여권(당시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경기지사)은 GSOMIA 체결을 두고 "구한말 무능 황제와 매국노 대신들이 매국조약 체결하는 꼴"이라며 "일본이 군사대국화할 경우 가장 먼저 공격대상이 될 곳은 한반도임이 자명하다. 일본에 군사정보를 제공하고 일본 군대를 공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유시민 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당시 "일본이 얻으려는 것은 북한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 할 사드 레이더로부터의 미사일 탐지 정보"라고 했다.

최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할 경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파기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는 일본이 안보상 신뢰 국가로 지정한 27개 우방국에 대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제도다. 경제 협력을 하지 않겠다는 나라에 어떻게 군사 정보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냐는 주장인 셈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군사 협력 파기 카드를 활용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선 GSOMIA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간 정보 교류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은 일본의 군사 위성이나 첩보 수단을 활용한 정보를 받아야 하고, 일본도 한국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한 정보를 받아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신 센터장은 "서로 전달하는 기밀의 수준이 같기 때문에 일방만이 좋은 정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것은 기우(杞憂)"이라고 했다. 한 예비역 장성도 "GSOMIA는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다"며 "상대가 요구하거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정보만 오간다. 모든 정보가 오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협정 유지 입장"이라며 "(향후 재검토 문제는) 효용성과 안보 협력 측면에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또 "상황이 있을 때 정상적으로 (일본 측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며 "효용성이 있으니까 유지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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