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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재검토→유지→면밀검토…지소미아 '日보복 대응' 활용하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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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the300] 靑고위 관계자, 日고노 담화 후 "모든 옵션 검토"...정의용, 靑회동 '재검토 발언'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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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연석회의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당에서는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당내 일본경제보복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최재성 의원 등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기정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2019.07.16. jc4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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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인사들은 지난주 워싱턴을 찾은 우리 정부 당국자들에게 "한미일이 지켜온 안보협력을 해치는 경우는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한일 갈등이 한미일 동맹에 미칠 악영향을 가장 우려했다고 한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하 지소미아)에 대해 "흔들리면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전달했다.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소미아 폐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동에서다. 정 실장은 "지금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이 안보 우호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할 경우 지소미아 파기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발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정의용 '지소미아 재검토' 이어 靑관계자 "모든 옵션 검토"

정부는 일본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하고 내달 22일쯤 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정 실장의 언급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지소미아 파기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지소미아는 유효기간이 1년이다. 정부가 올해 기한 만료 90일 전인 다음달 24일까지 일본에 협정 종료 의사를 서면 통보하면 파기된다.

청와대는 전날 저녁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19일 오전 지소미아를 일본의 경제보복 맞대응 카드로 쓸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연계돼 있지 않다"고 했다. 정 실장의 발언이 '재검토'가 아닌 '유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후엔 오전 설명에 비해 발언 강도가 세지고 결도 확연히 다른 얘기가 나왔다.

우리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 논의를 거부했다며 이날 오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하고 담화를 낸 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아직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린 바 없다"면서도 "질적·양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파기 가능성도 검토 대상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그는 "매우 객관적으로 질적·양적으로 면밀히 살펴보고 우리 이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한일 갈등의 상황 전개에 따라 국익을 위해 파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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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관련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 19일 일본 외무성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대화하고 있다. 2019.7.19/뉴스1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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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日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응 '전략적 카드' 가능성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청와대가 지소미아를 '전략적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패를 까보이지 않기 위해 모호하고 불확실한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일본엔 추가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미국엔 한일 갈등의 외교적 해결에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을 거듭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전날 청와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에 분명히 경고한 것"이라며 "미국에 대해서도 팔짱 끼고 볼 일이 아니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지소미아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건 한일 관계와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안보 동맹 측면에서 군사협정 이상의 상징성과 중요성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소미아는 한일 양국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 핵과 미사일 등의 2급 이하 군사비밀을 직접 공유하는 보안원칙을 담고 있다. 광복 이후 한일이 맺은 첫 군사 협정으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체결 과정에선 적잖은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과거사로 인한 한일 관계의 특수성 탓이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6월에는 밀실협상 논란과 반일 여론으로 체결 직전 무산됐다. 이후 2016년 체결 당시에도 과거사를 사죄하지 않고 '전쟁 가능한 국가'를 지향하는 아베 정권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볼턴·포틴저 한일 연쇄방문, 美국무부 "지소미아 연장 적극지지"

지소미아 체결에는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북핵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는 미국 정부의 입장도 크게 반영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한일 양국에 협정 체결을 수차례 주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지소미아가 흔들려선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도 재개를 앞둔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북중러 밀착 움직임에 대응하려면 한미일 협력은 필수다. 지소미아 폐기는 한미일 안보 동맹의 와해를 의미한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지소미아와 관련한 질의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서 중요한 수단"이라며 "연장을 적극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런 맥락에서 다음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일 연쇄 방문이 성사될 경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와 지소미아가 핵심 의제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은 일본을 먼저 방문한 후 23일쯤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비즈니스데일리도 매슈 포틴저 백악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이번 주말 한일을 잇따라 찾는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 제외하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시한(24일) 직전에 이뤄지는 방일·방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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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존 볼턴 백악관 NSC 보좌관이 28일(현지시간)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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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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