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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文정부가 미는 수소경제·태양광, 日 타깃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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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일본의 수출규제, 진단과 대응 세미나`에서 김현철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 소장, 조시현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최은미 국립외교원 연구교수.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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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문재인 정부의 플래그십(주력) 정책인 수소경제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

"일본의 수출 제재 조치와 과거 청산 문제는 철저히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9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주최로 열린 '일본의 수출 규제, 진단과 대응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도체 분야를 넘어 전방위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혁신성장의 핵심 분야인 수소경제를 일본이 정면으로 겨냥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복합적인 전술로 전개될 수 있다"며 "특히 현 정부의 플래그십 정책인 수소경제, 인공지능(AI), 로봇, 의료, 우주산업 등 4차 산업혁명과 태양광 관련 산업을 조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특히 수소경제를 위해 필요한 탄소섬유는 전량 일본에 의존하고 있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제 제재에 더해 정치적 압박이 병행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남 교수는 "예컨대 대북 제재 유지를 요구하면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견제하는 국제 여론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결과 국제사회를 긴장시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파탄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의 수출 제재 조치와 과거 청산 문제를 철저히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베 신조 정부의 통상 공격과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직접 연계시키면 국제통상규범 위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아베 정부도 명목상으로는 '완전히 별개 문제'라고 한 것"이라며 "따라서 한국 정부로서는 긴 호흡으로 통상에 집중해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별도 기구를 설립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일본 정부의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인 식민 지배와 침략전쟁'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명시적으로 선언하고, 일본 정부에 대해 그에 관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 그는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묵혀두어야 한다"며 "그러면서도 원칙을 지속적으로 견지·확인하고, 해결 가능성이 생기는 시점이 되면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일 과거 청산 문제에 관한 체계적인 자료 수집, 법적 논리 점검,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수립 등을 위한 기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안에 대해선 철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조치가 '수량 제한의 일반적 철폐의무'를 명시한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제XI조 1항 위반을 우선 주장하고, 제I조 1항 위반은 예비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GATT 제I조 1항(최혜국 대우 의무)은 '동종 상품 수출입 등에 있어 WTO 회원국들 사이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단 제XI조 1항도 우리 정부가 사실상 수량 제한이 발생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시점이 돼서야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은 한국 정부가 WTO에 제소하면 '국가 안보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때 수출 통제를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방어 무기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 부연구위원은 "일본이 국가 안보 예외 조항을 원용하면, 우리 정부는 이번 수출 제한 조치가 사실상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부과됐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아베 총리가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수출 통제 조치에 대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나라에 우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발언한 점을 예로 들며 "일본 정부의 공식 주장인 '국가 안보' 목적과는 맞지 않는 언급이 일부 있는데, WTO 제소 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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