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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청와대, 한일 갈등 해소 위해 지소미아 카드 활용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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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소미아 연장 질적, 양적 모든 옵션 검토할 것"

美 "한·일 지소미아 연장 전폭 지지"

지소미아 카드로 미 개입 명분 유도 분석도

청와대가 19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 여부에 대해 “질적·양적으로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18일) “상황에 따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정의용 실장의 발언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지소미아를 미국이 개입할 명분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협정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들여다 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심화된 한·일 갈등 국면에서 협정의 실익을 따지겠다는 것은 대일(對日) 압박 카드로 파기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취지다. 한·일 지소미아는 양국이 해마다 기한 90일 전에 폐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 연장된다. 상대국에 폐기 의사를 통보하는 만기일은 오는 8월 24일이다.

이날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수출규제 문제와 지소미아가 연계된 것이냐’는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라”고 답했다. "협정의 실익을 따지겠다"는 말도 했다. 경제 영역에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안보 영역으로 옮겨붙을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관건은 미국의 반응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미국이 한·일 경제 갈등이 안보 갈등으로 확산하는 걸 차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와 관련된 대목에선 영어로 답변했다. 외신 기자의 질문에 영어로 답한 것이지만, 다른 외신의 질문에는 한국어로 대답했다. 이를 놓고 청와대 역시 지소미아와 관련한 사안에선 미국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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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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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동북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한·일의 안보협력을 원하고 있고, 지소미아는 양국을 묶는 ‘끈’이라는 인식을 지니고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학과 교수는 “한·일 지소미아는 미국이 1970년대부터 추진하려 했던 것”이라며 “북한 위협에 대응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일의 안보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일 지소미아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11월 최종 체결되는 데도 미국의 역할이 컸다.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2012년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정이라는 당시 야권의 반발로 무산됐고, 이후 2014년 미국의 주도로 다시 체결이 추진됐다. 21개 조항으로 구성된 협정에는 2급 군사기밀을 상호주의에 의해 교환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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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은 한·일 지소미아가 한국군의 정보력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협정 체결 때는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2017년과 2018년 무난하게 협정이 연장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일 지소미아가 활용되는 분야는 북한 핵과 미사일이다. 한국은 일본이 가진 정보수집 위성 5기, 지상 레이더 4기, 이지스함 6척, 조기경보기 17대 등 고급 자산을 통한 대북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그 반대급부로 한국에 온 탈북자 등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휴민트·HUMINT)를 주로 얻고 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북한과 가까운 한국은 발사 및 상승 지점 포착, 영해를 집중 감시하는 일본은 미사일 하강과 탄착 지점 식별에 강점을 지닌다"며 "지소미아는 이런 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곤 했다”고 말했다.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를 통해 2016년 1건, 2017년 19건, 2018년 2건 등 모두 22건의 정보를 공유했다. 올해는 지난 5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국면에서 한 차례 정보를 교환했다고 한다.

이 같은 중요성 때문에 한·일 갈등에 지소미아를 활용할 때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건드는 건 미국의 동북아 전략을 흔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빌미로 일본이 한·미·일 3국 협력구도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소미아 파기가 군사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군 당국자는 “지소미아의 효용을 양적·질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건 북한의 위협이 줄어든 상황을 감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그러나 남북 관계가 앞으로 또 어떤 식으로 변할지 모르기에 섣부른 결정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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