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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김민정의 도쿄의 책갈피]한국의 ‘급소’ 찌른 아베 정권…그들의 ‘치부’ 찌른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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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자

모치즈키 이소코의

경향신문

책 제목은 심플하다. <신문기자>. 현재 일본에서 개봉 중인 영화 <신문기자>의 원작이다. 영화 <신문기자>는 심은경이 열연해 화제를 모았으며, 일본 ‘흥행통신사’ 발표에 따르면 7월 들어 2주간 흥행성적 10위권 내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전국 143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책 <신문기자>는 모치즈키 이소코라는 도쿄신문 기자가 자신이 기자가 되기까지, 또 기자가 된 후의 취재 스토리, 더불어 최근 아베 정권과 자신의 대립을 소재로 삼아 직접 쓴 논픽션이다. 1975년 도쿄에서 태어난 모치즈키 이소코는 대학을 졸업하고 호주에 유학한 뒤 도쿄신문사에 입사, 일본치과의사연맹의 뇌물수수 의혹을 특종으로 보도했다. 이후 자민당과 의료업계 간의 이권구조를 파헤쳐 왔다. 반골정신으로 똘똘 뭉친 모치즈키 기자는 제2차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강력한 정권과 다방면에서 대립하게 된다.

먼저 이토 시오리 성폭행 사건이다. 일본 미투 운동의 선구자이자 성폭행 피해자인 이토 시오리는 아베 총리의 측근으로 알려진 야마구치 노리유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일본 경찰은 그를 준강간 혐의로 체포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며칠 후 영장 집행이 정지된다. 당시 그녀의 기자회견을 본 모치즈키는 경찰의 움직임이 수상하다고 느꼈다. 성폭행 혐의로 영장까지 나왔는데 집행이 정지되는 일은 그가 취재한 그 어떤 사건에서도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던 일이다. 스가 관방장관을 추궁하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란 발뺌밖에 들을 수 없었다.

다음은 ‘가케 스캔들’이 터진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오카야마 이과대학에 수의학부를 설립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총리의 의사였다는 내용이다. 오카야마 이과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은 아베 총리와 친분이 깊다. 모치즈키 기자는 스가 관방장관의 기자회견에 매일처럼 찾아가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어댔다. 스가 장관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는 다양한 스캔들과 아베 정권의 대응도 상세히 담겨 있다.

영화는 이 책을 원작으로 하면서도 한발 더 앞서 나갔다. 영화에는 정권을 어떻게든 유지시키려는 댓글부대(내각정보조사실)가 나오며, 외무성에 들어갔지만 어쩌다 댓글부대로 이동하게 된 젊은 관료의 고뇌가 부각된다. 게다가 영화 속 일본 정권은 어마어마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 어쩌면 국민들을 몰살시킬지도 모를 음모를 누구보다도 먼저 알아챘다면, 그 후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 할까? 아니면 그저 눈물지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담해야 할까?

경향신문

책으로 시선을 돌리자. ‘권력자가 숨기고 싶어 하는 것을 밝혀내자. 앞으로도 수상한 문제들에 대해 질문을 퍼부어대고 퍼즐을 맞추듯 취재에 임해 나가겠다’고 모치즈키 기자는 선언한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2011년 32위였던 일본은 올해 67위로 하락했다. 아베 정권이 계속되면서 언론들도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 과거사는 접어버리고 수출규제 카드를 내놓은 일본. 연금은 파탄이 났고, 부가가치세를 올려 재정을 확보하려는 심사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일본인들에게 묻고 싶다. 평화헌법이 사라지고 무기를 자유롭게 만드는 미래의 일본, 그런 시대가 온다면, 그때 당신은 어쩔 셈인가?

김민정 재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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