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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책과 삶]우버 운전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파헤친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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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혁명

알렉스 로젠블랏 지음·신소영 옮김

유엑스리뷰 | 372쪽 | 2만5000원

경향신문

세계적인 거장 영화감독 켄 로치의 신작 <쏘리 위 미스드 유>는 플랫폼 노동 문제를 다룬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일자리를 잃은 주인공 리키는 택배 ‘사업’을 시작한다. 전국적인 망을 갖춘 큰 택배업체지만, 리키는 그 업체에 소속된 노동자가 아니다. 물류 창고 책임자는 리키에게 말한다. “당신은 ‘오너’ 드라이버다. 이곳엔 임금은 없고, 수수료만 있다.” 극적 재미를 위해 다소 과장한 부분도 있지만, 영화는 전 세계 노동환경을 뒤흔들고 있는 플랫폼 경제 또는 서비스 속 열악해지는 노동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플랫폼 서비스의 대표 주자 ‘우버’를 다룬 책이다. 2010년 미국에서 출발한 “차량 공유”(운송이 더 적절한 표현이지만, 우버는 차량 공유라 부른다) 서비스 우버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우버 운전자는 2018년 기준 약 300만명에 달한다. 저자는 단순히 우버가 얼마나 혁신적인 기업이고, 뛰어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지 기업이나 이용자의 입장에서 서술하지 않는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우버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뭔지, 우버가 얼마나 노동환경을 왜곡하는지 등 문제점까지 매우 자세하게 파헤친 사실상 ‘우버 백서’이자 ‘우버 연구서’다(원서를 출판한 곳은 캘리포니아주립대다). 이 때문에 ‘우버 혁명’보다는 원제인 ‘우버랜드’나 ‘우버 왕국’이 책의 제목으로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싶다. 연구서지만 지루하거나 딱딱하지만은 않다. 저자는 우버 운전사들의 개인적인 이야기, 구체적인 묘사와 수치 등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정리했다.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저자는 약 4년 동안 북미 25개 도시를 오가며 우버 운전자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기록했다고 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테크놀로지 에스노그라퍼(특정 집단 구성원의 삶의 방식·행동 등을 그들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기술하는 연구자)”라 말한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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