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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나’는 누구인가… 유발 하라리가 찾은 ‘개인’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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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발 하라리/김승욱/박용진/김영사/2만2000원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유발 하라리/김승욱/박용진/김영사/2만2000원

‘나는 누구이며 세상의 의미는 무엇인가?’는 이스라엘의 소장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파고드는 핵심적 주제이다. 그는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인류 3부작’의 저자이다. 인류 3부작이 역사 흐름을 통해 세상의 의미를 통찰했다면, 이번 책은 ‘나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했다. ‘인류 3부작’을 통해 하라리가 던진 질문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였다. 보잘것없는 존재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를 정복한 뒤 이제 스스로 신의 자리를 넘보게 되었다는 역사적 해석은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 속의 개인인 ‘나’는 누구인가. 개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하라리가 주목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이 남긴 회고록이다. 그들의 회고록은 17세기 중앙집권적 근대국가가 등장하기 전 역사(history)와 개인사(lifestory)를 드러낸다. 연구 대상으로 삼은 군인회고록은 1450년에서 1600년 사이 34명이 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문헌이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회고록은 오늘날 기준에서는 구색을 갖춘 글이라고 보기 어렵다. 인과관계로 이어진 이야기라기보다 제각각인 에피소드의 건조한 나열이다. 역사적 사건과 자신의 현실이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는, 알쏭달쏭한 글이다. 게다가 전쟁터의 무용담뿐인 기록들을 하라리는 파고들어 해석한다.

왕과 국가의 권력에 맞서 자신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세우려 했던 르네상스 시대 군인들의 삶을 통해 역사 속 개인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논리적 인과관계 없는 군인들의 무용담 기록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찾아 의미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르네상스 시대 군인은 명예를 목숨처럼 여긴 전사 귀족(warrior noblemen)이었다. 귀족이 아니면 역사 속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없었고, 정체성도 빼앗기고 말았다. 여기서 개인은 전사 귀족도 하급 전사도 모두 포함한다. 하라리가 주목한 것은 이 대목이었다. 왕과 귀족들의 위대한 민족 이야기는 근대국가 형성이라는 거창한 용어를 만들어냈다. 역사의 주인공이 귀족 남성이며 명예로운 행동으로 국한되었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하라리는 귀족이든 하급 전사이든, 개인을 끄집어내 역사 속의 개인 의미를 찾고자 한다.

하라리의 옥스퍼드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이 책으로 꾸며졌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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