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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보지 않고 들으니 신세계가… 경이로운 ‘소리의 세계’ 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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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트레버 콕스/김아림/세종서적/1만7000원


지상 최고의 사운드/트레버 콕스/김아림/세종서적/1만7000원

지구는 ‘소리 행성’이라고 불려도 될 만큼 신기한 소리들로 가득하다. 시각에 매몰된 인간은 다만 이 소리들을 듣지 못할 뿐이다.

음향학자인 저자 트레버 콕스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중 지하 하수도에 들어갔다. 그때 갑자기 들리는 종유석의 복잡한 모양이 만들어내는 불가사의한 소리에 반했다. 소리의 매력에 이끌린 저자는 음향 측정기를 들고 소리의 탐색을 시작한다.

고대 시대 소리는 오늘날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했다. 글로 기록이 남겨지기 이전에는,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메시지를 기억한 다음 전달하는 것이 절대 필요한 기술이었다. 현대인은 교통 소음, 층간 소음 등 수많은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층간 소음 같은 듣기 거북한 소리는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소리가 전혀 없다면 쾌적해지고 업무 능률이 오를까. 저자는 완전한 침묵이 오히려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만든 소음이 모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카페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조용한 잡담은 오히려 긴장을 풀어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물론 적절한 침묵이 주는 효과도 있다.

저자는 존 케이지가 작곡한 침묵 속의 곡 ‘4분 33초’, 극작가 해럴드 핀터와 사뮈엘 베케트의 연극,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불교의 명상 프로그램 등을 사례로 든다. 이를 통해 적절한 침묵은 미학적, 예술적, 영적인 효과가 있음을 소개한다.

저자는 인공적인 소리 역시 자연의 소리만큼 중요함을 강조한다.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뿐 아니라 교통 소음 같은 거북한 소리를 줄이고 바람직한 소리를 듣는 방법을 소개한다.

파도가 칠 때마다 예측 불가능한 소리를 내는 파도 오르간, 메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10t짜리 악기 아이올로스, 고양이 피아노, 문명 형성에 영향을 준 조상들의 듣는 기술, 작을수록 크게 들리는 ‘속삭임의 회랑’ 등을 예로 들면서, 독자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준다

휴가철 소리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저자는 우리의 청각이 어떻게 작동하며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되는지 알려준다. 음향학자의 여행을 통해 풍요로운 감각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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