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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AI로봇·수퍼컴·공기청정기… 달 탐사기술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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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착륙 50주년]

- 우주의 꿈, 일상을 바꾸다

달 찍고 우주인 보호하던 기술… MRI·메모리폼 제품으로 발전

1969년 7월 닐 암스트롱 등 미국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3명은 달 탐사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지구를 떠났다. 지구에서 38만5000㎞ 떨어진 달까지 이들을 안내해준 것은 서류 가방 크기의 컴퓨터 한 대였다. IBM의 최정예 연구원 수백명이 매달려 개발한 당시 최고 성능의 컴퓨터였지만, 메모리 성능은 고작 4KB(킬로바이트)에 불과했다. 지금의 스마트폰(4기가바이트 기준)과 비교하면 100만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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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인류는 수퍼컴퓨터로 탐사선 발사 궤도를 계산하고, 우주비행사가 인공지능(AI) 로봇의 안내를 받는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채 우주를 누비고 있다. 달 착륙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축적한 우주 기술들은 민간에 이전돼 인류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일상생활을 바꾼 아폴로 기술

아폴로 11호 기술은 여성 속옷에도 들어가 있다. 아폴로 달 착륙선의 안테나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만들었다. 접힌 상태로 우주선에 실렸다가 우주에서 적당한 온도를 받으면 원래 안테나 모양으로 펴졌다. 여성 속옷업체 와코루는 1986년 이 기술을 이전받아 형상기억합금 와이어가 들어간 브래지어를 출시했다. 구겨져 있어도 착용하면 체온으로 원래 모양을 되찾아 가슴을 받쳐주는 방식이다. 태양빛이 강한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개발한 고글은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로 발전했다. 달 표면을 찍은 사진의 해상도를 높이던 기술은 병원의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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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에 탄 AI 로봇 - 과거엔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상황을 일일이 점검. 지금은 사이먼이란 로봇이 대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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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청정기도 달 탐사 프로젝트에서 유래했다. 우주선이나 우주정거장은 밀폐돼 있어 공기 중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초미세 먼지까지 걸러주는 고성능 필터도 NASA의 기술에서 시작됐다. 최근 매트리스와 베개에 자주 사용되는 메모리폼 소재는 NASA가 1960년대 우주선 발사·착륙 과정에서 중력가속도가 우주비행사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처음 개발했다. 메모리폼은 몸에 밀착해 감싸주기 때문에 체중을 고르게 분산시킨다.

우주 기술은 첨단 산업까지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필수 부품인 CMOS 이미지 센서는 아폴로 11호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카메라 센서 기술에서 유래했다. 로켓 개발이 늘면서 효율적으로 발사 궤도를 계산하기 위한 컴퓨터 기술도 발전했다. 아폴로 11호 발사 당시 연구원이 우주선 발사 궤도를 직접 계산했다. NASA는 이후 대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수퍼컴퓨터 성능을 높였다.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미 오크리지 연구소의 '서밋'은 초당 14경(京) 회 이상의 연산이 가능하다.

IBM과 에어버스는 우주비행사를 보조하는 AI 로봇을 개발해 지난해 12월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입했다.

◇민간 주도의 제2 달 탐사 경쟁

아폴로 사업을 계기로 NASA의 우주 기술이 기업으로 이전된 데 이어 이제는 기업이 직접 달 탐사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주 개발의 중심축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특히 달에는 백금·희토류 등 자원이 풍부해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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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수퍼컴 개발 주도 - 1960년대 수작업으로 로켓 궤도 계산. 현재는 1초에 14경(京)회 연산이 가능한 수퍼컴퓨터 사용. (오른쪽)공기청정기의 원조 - 우주선 실내 정화기술이 가정용 공기청정기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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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브래지어까지 우주기술 -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안테나에 쓰인 형상기억합금, 여성 브래지어에 적용. (오른쪽)50년간 지구와 소통한 거울상자 - 아폴로 11호가 50년 전 달에 두고온 거울상자. 지구에서 보낸 레이저를 반사시켜 달과 지구 간의 거리를 ㎜ 단위로 알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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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NASA는 내년 달에 보낼 무인(無人) 탐사선을 개발할 우주 스타트업 3곳을 선정했다. 민간 기술로 미국의 달 복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는 올해 초 달 탐사용 유인(有人) 우주선 '스타십'을 선보였다. 일본 자동차기업 도요타는 지난 3월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달 표면을 탐사할 로버(이동탐사 로봇)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에 머물러 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한국도 위성, 발사체 개발에서 쌓은 기술을 활용해 민간 시장을 키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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