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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5 (토)

[내 책을 말한다] 인생은 마카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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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주한주 파티셰


이번 주 가게에서 팔 마카롱을 만드는 중이었다. 오전 내내 코크(마카롱의 과자 부분)를 만들었는데, 늘 주문해 쓰는 아몬드 가루 상태가 엉망이어서 코크를 전부 못 쓰게 되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당장 내일 판매하려면 어서 대안을 떠올려야 했다. 이번 주 마카롱이 없어 장사를 못 하게 된다면 멀리서 온 손님들이 실망하고 돌아갈 것이다.

급히 다른 업체에 전화해 아몬드 가루 몇 종류를 퀵으로 받았다. 그것들을 썼지만 망치고 또 망치고의 연속이었다. 직원들도 나도 헛스윙만 300번은 한 것처럼 지쳤다. 여러 실패 끝에 다행히도 판매할 만한 상태의 코크를 만들어냈다. 이번 주도 그렇게 마카롱이 나왔다.

'인생은 마카롱처럼'(현암사)이라는 책 제목은 인생이 마카롱처럼 화려하다는 뜻으로 붙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삶은 마카롱 작업 과정처럼 끊임없는 실패의 연속에 가깝다. 공부를 하든 직장에서 일을 하든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마카롱을 만들고 있다. 색깔이 매번 조금씩 달라지고 어떤 때는 태우거나 완전히 망치기도 한다. 쉽게 나오지 않는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해 우리는 힘든 작업을 매일 해나간다. 그런 노력의 결실로 이따금 달콤한 마카롱을 맛볼 수 있다.

가게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상했고, 마음을 제어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 적도 많았다. 이 세상에 '완성형'인 사람은 없다. 끊임없이 부딪히고 새로운 과제가 생긴다. 이 책은 내 모든 정성을 쏟고 있는 가게 '잇다제과'에 대한 이야기다. 가게를 열기까지의 얘기들,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에피소드와 생각들, 앞으로의 포부 모두 진솔하게 담았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오늘의 '마카롱'을 잘 만들었나요? 좀 깨지거나 모양이 못생겨도 괜찮아요. 내일 다시 해봐요. 조금씩 나아지고 맛있어질 거예요.



[주한주 파티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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