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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달리기도 하고 에어포스 원도 타고… 오바마와 함께한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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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벡 도리-스타인 지음|이수경 옮김|마시멜로|500쪽|1만5800원

'사실 이것은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일이고, 만일 채용된다면 당신은 대통령의 국내 및 해외 출장 시에도 동행하게 됩니다.'

2012년 미국 워싱턴.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 다섯 개를 뛰며 근근이 살아가던 26세 여성 벡은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법률 회사 속기사 모집 공고에 지원했다가 이런 이메일을 받는다. 엉겁결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속기사로 백악관에서 일하게 된 그녀, 출장지 호텔 헬스클럽 러닝머신에서 대통령과 나란히 달리고, 에어포스 원에 올라 쿠바 순방 등 역사적 현장에도 함께하게 되는데….

영화 같은 이 이야기는 저자의 체험담.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인터뷰, 브리핑, 전화 회의, 연설 등을 타이핑하며 보낸 5년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았다. 백악관이 배경이지만 암투도, 비리도, 폭로도 없다. '권력'이 아니라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보좌진 중 한 사람과 밀회를 나눈 은밀한 이야기도 수록됐지만 '학교이자 예배당이었고 내 전부'인 백악관에서 큰 꿈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훌쩍 자라는 성장담이 주축을 이룬다.

"'꿈꾸던 삶을 산다'는 말은 백악관 세계의 생활을 표현하는 우리만의 은어 같은 것이다. 놀랍고, 스트레스 넘치고, 피곤하고, 낙담할 때도 많지만 내가 누구 밑에서 일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떠올리는 순간 그 모든 게 감내할 만한 것이 되는 그런 생활."(123쪽)

대통령 말을 받아 적는 데 그치지 않고 매일 동료들을 소재로 에세이를 쓰며 작가라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이 오바마가 딸들에게 강조한다는 "큰 꿈을 꾸어라"는 말과 겹치며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지난해 미국서 출간돼 11개국에 소개됐으며, 유니버셜픽쳐스와 영화화 계약을 맺었다. 원제 From the Corner of the Oval(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구석에서).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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