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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박재호 “여당 의원도 못 믿는 자동차 리콜 시스템, 유착 고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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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리콜 시스템 확실히 개선”

인터뷰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발의한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1년 전 이맘때 신문 사회면의 주인공은 ‘자동차 리콜’이었다. BMW 화재로 촉발된 리콜 이슈는 여름 내내 타올랐고 부실한 리콜 시스템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리콜 시스템의 전면 개선을 약속한 정부는 지난해 9월 자동차 리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리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리콜 혁신안은 자동차제작자의 책임 강화에 무게를 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과징금 강화, 자료제출 의무 확대와 같은 방안이 담겼다. 소비자들은 정부의 혁신안을 환영했다. 이전 리콜 시스템은 차량 결함 입증이 까다롭고 리콜을 받기 어려워 소비자 불만이 컸다.

1년이 지난 지금 리콜 시스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없다. 제도를 바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20여건 발의됐지만 국회는 공전을 거듭했다. 그간 자동차 리콜 시스템 문제를 제기해온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인터뷰는 7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최근 박 의원은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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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쯤이면 리콜 시스템 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거라 생각했다.

“말하기 미안할 정도로 바뀐 게 없다. 아시다시피 법은 많이 나왔다. 바꿔 말하면 법만 많이 나온 거다.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오늘(16일) 처음으로 BMW 후속조치 관련 입법 논의를 했다. 법 개정을 해야 세부 제도를 손볼 수 있는 건데 처음부터 막혔다. 국토부도 개선 의지는 있는데 시행령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여야뿐만 아니라 자동차업계, 소비자단체 모두 입장이 제각각이다. 나침반을 봐야 하는데 시계 갖고 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의견을 모아 조율을 해도 모자랄 시간인데 장외투쟁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당을 떠나 부끄럽다.”

-국민들은 지금도 리콜 시스템을 불신한다.

“솔직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국회의원인 나도 못믿겠다. 예전에 리콜 여부를 결정하는 국토부 자동차 제작결함심사평가위(현 자동차 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 심사한 리콜 자료를 받아본 적이 있다. 자료가 부실해서 회의록을 요청했더니 회의록이 없다고 하더라. 그냥 평가위원이 자필로 ‘시정조치 사항 아님’이라고 한 줄 써놓은 게 전부다. 누가 어떤 근거로 리콜 여부를 판단했는지, 그게 적절했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는지, 어떤 과정을 밟았는지, 업계와 유착관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전혀 알 길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이거 결함 아니다. 리콜 못해준다. 정부 말 믿어라 하면 누가 믿겠나.”

-<경향신문>에서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기사가 나간 뒤 제작결함심사평가위원회(현 하자심의위) 측에서 반발했던 기억이 난다.

“감사원이 국토부 리콜 실태 감사를 벌였다. 결과도 지난 5월에 나왔다. 어떻게 나왔을 것 같나. 2013년 1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위원회 위원 25명 가운데 12명이 자동차 제조회사와 부품 제작사, 관련 업체로부터 42건의 용역을 받아 수행했다. 쉽게 말해 심사대상인 자동차회사에서 일감을 받고 돈을 받은 거다. 이렇게 해서 받은 용역비만 49억원이다. 이런데도 ‘공정하다’, ‘문제없다’고 말할 수 있나. 국민들이 믿겠나. 2013년 이전에 수행한 용역을 포함하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제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리콜 심사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자는 게 이번에 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취지다. 리콜 결정과정을 세세하게 기록한 회의록을 작성하고 해당 회의록은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위원 결격사유도 강화했다. 배우자나 4촌 이내 혈족, 2촌 이내 인척관계에 있는 사람이 리콜 건과 이해관계가 있으면 심사를 못한다. 최근 2년 내 결함심사 대상 자동차회사에서 자문이나 연구·용역을 한 경력이 있는 위원도 리콜 심사에서 빠진다. 제조사와 심사위원 간 유착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법안 발의는 했지만 통과시킬 수 있을까.

“내가 발의한 법에 앞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견이 커서 입장 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자동차 제작결함 조사와 리콜은 소비자의 안전과 직결된 사항이다. 진통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개선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에 대표발의한 법안은 이르면 8월에 상정될 것으로 본다. 늦어도 연내에는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을 전방위적으로 설득할 생각이다.”

-국회 내부에서 반대도 있겠지만 자동차회사들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자동차업계는 이제껏 너무 많은 특혜를 누렸다. 나라에서 특별대우를 해줬다. 그러다보니까 해외 자동차 메이커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면 갑이 된다. BMW든 벤츠든 우리나라에선 리콜 안 해도 되고 보상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그렇게 잘나가는 BMW가 왜 우리나라에서만 불이 나나.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면 이런 일이 생기나. 이들은 불량차를 팔고도 고개 숙이지 않는다. 국내 업체들을 보고 배운 거다. 이걸 바로 잡자는 것뿐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데 무슨 산업이 위축된다는 말인가. 국내 자동차산업도 투명해야 발전할 수 있다. 결함 눈감아주고 기업 손해 걱정해서 리콜 안 하게 뒤 봐주다가 나중에 사고 터지면 더 큰 손해를 입는다. 어설프게 감춰줬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게 된다.”

-3전4기 만에 입성한 국회다. 해보니 어떻던가.

“의원 활동을 얼마 안 했지만 이건 참 너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완전히 섬이다. 이쪽 집단 저쪽 집단이 아예 다른 섬으로 나뉘어 있다. 이념 때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이고, 민주당은 진보이고 이렇게 나눌 수도 없다. 다 보수다. 저쪽은 기득권을 원하는 보수이고 우리는 조금 더 공정한 보수를 원한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념과 사고의 경계에 있어야지 한 곳에 함몰되면 안 된다. 지금도 ‘빨갱이 타령’ 하고 그걸로 논쟁하고 싸우는데 그건 정치가 아니다. 36년 정치권에 있으면서 국회가 이런 모습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의정활동 기간이 1년도 남지 않았다.

“출마하면서 공약했던 법안은 거의 다 소진한 것 같다. 적어도 공약은 지켰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치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웠다. 스스로를 머슴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들에게 ‘머슴은 놀게 하면 안 됩니다’라고 말한다. 누구를 만나든 직통 전화번호가 찍힌 명함을 드리는데 전화가 자주 온다. 직접 받으면 놀라는 분들도 더러 있다. ‘비서가 받을 줄 알았다’고 하더라. 그럴 때마다 아직 국회가 권위적이라고 느낀다. 지금보다 더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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