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7 (금)

캔맥주 출시시킨 美 금주법 (下) [명욱의 술 인문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국의 금주법은 인근 나라의 주류 문화를 발전시키는 영향도 줬다.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해도 켄터키주에만 증류소가 3000곳이나 있었다. 이들은 금주법 시행 뒤에는 과일 주스 및 공업용, 또는 의료용 알코올 제조로 업종을 변경하며 사업을 유지하려 했다. 그렇다면 히든 바(Hidded Bar) 등에서 즐겼던 술은 어디서 만들었을까? 바로 이웃나라인 캐나다, 쿠바 및 멕시코에서 수입했다. 외국에서 만든 후에 미국에서 유통한 것이다. 그 결과, 멕시코에서는 테킬라, 쿠바에서는 럼, 캐나다에서는 위스키가 발달하게 된다. 결국 자신들의 무형자산을 외국에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캔맥주 출시를 촉진하기도 했다. 금주법의 배경에는 ‘알코올은 사탄의 음료’라고 외치던 미국의 보수 기독교계의 영향도 있었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었던 독일에 대한 보복 조치도 있었다. 당시 미국의 맥주 산업을 이끌던 기업 대부분의 주인은 독일계 미국인이었다. 미국의 정치가들은 1916년도만 해도 금주법에 대해서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 독일계 미국인의 표심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917년 미국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며 독일과 전쟁을 벌이자 독일계 미국인은 발언권을 잃었고, 맥주 산업도 쇠퇴됐다. 하지만 맥주 회사들은 포기하지 않고 맥주 음료를 만들기 시작한다. 지금으로 따지면 무알코올 맥주다. 흥미로운 것은 캔맥주도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테스트용 캔맥주는 있었지만 맥주 속의 탄산압을 견디지 못하고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폭발했다. 이에 맥주 업계는 캔맥주를 포기했다. 하지만 금주령 시행으로 무알코올 맥주를 만들면서 다시 캔맥주에 도전하게 됐고, 이후 내압을 견디는 캔을 개발, 1935년도에 처음으로 캔맥주가 미국에서 출시된다.

세계일보

미국의 대표 카레이싱 대회인 나스카(NASCAR)는 금주법에 의해 탄생했다. 마피아들이 밀주 배달을 위해 빠른 운전 시합을 했던 것이 지금의 나스카로 자리 잡았다.


미국의 대표 카레이싱 대회이자 세계 3대 자동차경주 대회인 나스카(NASCAR)도 금주법에 의해 탄생됐다. 밀주를 싣고 나르는 차는 경찰의 추격을 쉽게 뿌리쳐야 했다. 하지만 막상 무거운 술을 실은 차가 빨리 달리기는 어려운 법. 그래서 배달용 차량의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했고, 더욱 빨리 달리 수 있도록 개조했다. 그리고 밤에 마피아들끼리 시합을 했던 것이 지금의 나스카 대회로 자리 잡은 것이다. 미국의 금주법을 보면 알코올의 음주나 소유는 가능하되, 판매 및 제조가 안 된다는 아이러니한 법령이 흥미로운 결과를 만든 듯하다. 집에서 술을 즐길 수 있었고, 그래서 술이 필요했으며, 외국에 증류소를 짓고 밀수를 해오면서 갱단의 세력이 강해졌고, 그 결과 이웃나라의 술 산업을 발달시키는 계기가 됐다. 캔맥주를 개발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결국 위에서 압박은 했으나 흘러내린 술이 더욱 다양한 산업과 문화를 만든 것이다. 미국의 금주법이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돌고 도는 문화의 습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