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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페북'에 올린 사진이 왜 거기에?...안면인식 기술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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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 베이징에 본사를 둔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업체인 ‘센스타임(Senstime)’은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안에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400여건에 가까운 인공지능(AI)분야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신생 기업이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글로벌 투자자들에 힘입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아마존의 안면인식 기술인 ‘레코그니션(Rekognition)’은 동영상과 사진 등을 스캔한 뒤 경찰의 ‘얼굴 데이터베이스’에서 해당 인물을 찾아낸다. 아마존 측은 이 기술이 인권 및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다는 데는 일정 부분 동의했지만, 정부 기관에 관련 솔루션을 계속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 기술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관련 기술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얼굴 데이터’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수집·이용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선일보

불특정 다수의 ‘얼굴 데이터’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수집·이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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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NYT) 등 주요 외신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SNS를 통해 수집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얼굴 데이터’가 전세계를 떠돌며 개별 기업이나 국가 차원의 안면 인식 기술 관련 연구에 사용되고 있다.

얼굴 데이터는 대개 소셜 네트워크와 웹사이트 이미지, ‘오케이큐피드(OkCupid)’와 같은 온라인 데이팅 앱 서비스, 레스토랑과 대학교에 설치된 카메라 등을 통해 수집된다. 수집된 데이터양에 대한 정확한 수치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스탠퍼드대 등이 만든 얼굴 데이터베이스에는 200만개~1000만개에 달하는 얼굴 데이터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집된 데이터는 안면인식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패턴 인식’ AI 프로그램의 정밀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빅데이터 구축에 주로 사용된다. 사용되는 데이터 양이 많을 수록 인식의 정밀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클라리파이(Clarifai)’의 설립자 겸 최고 경영자인 매트 제일러(Matt Zeiler)는 최근 그의 회사가 온라인 데이팅 앱인 오케이큐피드의 이미지로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고 시인했다. 클라리파이가 오케이큐피드의 사진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오케이큐피드의 설립자 중 일부가 그의 회사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제일러는 이와 함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셜미디어 업체가 오케이큐피드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데이팅 앱 얼굴 인식 프로그램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소셜미디어를 통해 수집한 얼굴 데이터를 사용했다는 것도 인정했다.

클라리파이와 오케이큐피드의 예에서 보듯, 일단 수집된 얼굴 데이터는 공동 연구와 투자 협력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활용도를 넓혀간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과 미국의 유수 명문대들은 비공개로 구축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얼굴 데이터베이스를 호주와 중국, 인도, 싱가포르, 스위스의 연구소와 정부기관, 민간기업들과 널리 공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자신의 얼굴 정보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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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인터넷 콘퍼런스(GMIC)’ 행사장에서 한 방문객이 핑안(平安)보험이 선보인 안면 인식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안면 인식 기술을 보험 대출 심사에 적용해 부실 대출로 인한 손실을 줄였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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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세관과 국경 검문소도 얼굴 데이터 유출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NYT에 따르면 최근 이민 세관을 집행하는 당국자들은 불법 이민자를 확인하기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 그동안 운전자들의 사진을 스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회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FBI 역시 미국인들의 운전면허증과 비자 사진을 범죄자들의 얼굴과 비교하기 위해 지난 10년 이상 안면 인식 조회 시스템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 용의자뿐 아니라 심지어 피해자, 목격자, 시신은 물론 무고한 구경꾼들까지 추적한 셈이다.

◆ 샌프란시스코, 행정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 금지 조례 통과

현재로선 얼굴 데이터 유출을 감독할 장치나 기구가 없다. 안면 인식 기술이 범죄 용의자나 입출국자 통제 등 범죄 수사에 효과가 크고 공공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술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중국은 AI 기술 연관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30년까지 1조위안(약 160조원) 규모의 핵심 시장을 육성하고 10조 위안(약 1600조원) 규모의 연관 사업을 육성해 궁극적으로 전 세계의 AI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에 따라 금융과 교통, 보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중국 선전에서는 안면 인식 기술을 통해 무단 횡단을 단속하고 정저우의 경찰은 ‘스마트 안경’으로 수배자를 찾아낸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무분별한 안면 인식기술 접목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생활 침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뉴욕의 18세 소년이 애플스토어의 안면인식 소프트웨어가 자신을 절도범으로 잘못 인식해 고통을 겪었다며 애플을 상대로 10억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감독위원회)는 경찰 등 행정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미 연방 정부는 물론 세계 각국이 안면인식 기술을 행정 시스템에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의회 차원에서 제동을 건 첫 사례였다. 샌프란시스코에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 밀집한 만큼 이번 조례가 미국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얼마전 아마존의 일부 주주들도 안면 인식 기술 사용을 반대하는 데 목소리를 냈다. 지난 5월 열린 아마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경찰 등 정부기관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과반의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지만, 관련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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