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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아베 “그만둬” 야유 속 마지막 아키하바라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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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사임” “연금 돌려줘” 비판자들 야유 속출

지지자들 일장기 들고 “힘내세요” 대응

아베, 연설 초반부터 헌법 개정 의욕 드러내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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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그만둬.”

일본 참의원 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20일 저녁 7시20분께 도쿄 아키하바라역. <한겨레>가 직접 가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마지막 선거 유세는 야유 때문에 무슨 내용을 말하는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자민당이 미리 준비한 대형 스피커 근처까지 접근하고 나서야 소리치는 듯한 아베 총리의 연설이 귀에 들어왔다.

아베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날 아키하바라역 유세 현장에 “부끄러운 줄 알라” “아베 사임” “소비세 인상은 국민에 대한 범죄야” 등이라고 쓴 손팻말이나 깃발을 들고 대거 나왔다. 유세 참석자 300여명 가운데 ‘아베 비판자’는 족히 100여명은 돼 보였다.

“연금 돌려줘” 같은 구호를 연신 외치는 이도 있었다. 일본 금융청이 지난달 65살 남성과 60살 여성 부부가 향후 30년간 직업 없이 살아간다면 공적연금 외에 추가로 2000만엔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발표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선거 악영향을 우려한 아베 정부는 이 보고서를 정부 차원에서는 수령하지 않겠다는 발표로 비판을 누그러뜨리려 했다.

2017년 10월 중의원 선거 때도 아키하바라 유세 현장에 아베 총리를 야유하는 이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수가 훨씬 많아 보였다. 아베 총리가 야유를 의식해 참의원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일반에는 일정을 사전 공지하지 않자, 예상이 쉬운 마지막 유세 현장에 사람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였다.

2012년 말 재집권한 아베 총리는 주요 선거 운동 마지막 장소를 아키하바라에서 해왔다. 2013년과 2016년 참의원 선거, 2014년과 2017년 중의원 선거, 2017년 7월 도쿄도의회 선거 마지막 유세를 아키하바라에서 했다. 아베 총리가 아키하바라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민당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날 유세에서 아베 총리 지지자들은 그의 연설 때마다 일장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일본의 내일을 열어젖힌다’는 자민당의 이번 선거 구호가 새겨진 대형 깃발을 든 이들도 여럿이었다. 지지자와 비판자들이 서로 “밀지 말라”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에는 경찰이 동원돼 양쪽 진영의 충돌을 막았다.

아베 총리의 연설 내용은 2017년 중의원 선거 때와 비교했을 때 헌법 개정 의욕을 선명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2017년에는 북한 미사일과 핵실험 정국을 이용해 아베 정부가 북한 위협을 최대한 강조했다. 아키하바라 마지막 유세 연설 내용 3분의 1가량이 북한 위협론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연설 시작 4분20초 만에 헌법 이야기를 꺼냈다. 아베 총리는 “자위대는 24시간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자위대를 공산당은 헌법 위반이라고 말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야당) 통일후보를 내서 공산당을 응원하고 있다”고 야당을 집중공격했다. 아베 총리가 필생의 과업이라고 말했던 헌법 개정에 대한 집념이 선명하게 드러난 마지막 유세였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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